원로배우 윤정희(77) 씨의 치매 투병 소식이 남편이자 피아니스트인 백건우(75) 씨의 인터뷰로 전해진 게 2년 전이다. 평소 단아한 모습에 익숙했던 팬들에게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파리에서 남편과 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잘 지내리라 여겼던 그녀가 성년 후견인 지정 문제로 가족 분쟁에 휘말린 사실이 최근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알려진대로라면 윤 씨의 발병은 2010년 전후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던 즈음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주연을 맡아 15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하고도 정작 영화제 내내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아 당시 취재기자나 영화인들이 의아해했다. 그게 건강 문제 때문이었나 싶으니 새삼 안타깝다.
한국의 치매 추정 환자는 2019년 현재 약 80만 명이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770여만 명임을 감안하면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라는 얘기다. 85세 이상에선 치매 비율이 무려 38.6%나 된다. 2.5명당 1명 수준인 셈이다. 전국 7대 광역시 중에서 고령화가 제일 많이 진행된 부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이 2년전까진 전국 평균(10.3%)보다 낮은 9.2%에 머물렀다. 그러나 부산은 노인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인 치매 환자 비율이 2045년엔 14.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을 가장 당혹하게 하는 게 흔히 ‘노망’이니 ‘벽에 똥칠 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자극적 인식이다. 알츠하이머, 고혈압, 머리 손상 등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다. 치매 환자는 성격이 난폭하게 변하기도 하지만 이는 초기에 잠시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고 어린이처럼 순수한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조기 발견하면 얼마든지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실제 경증의 치매 환자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방송을 탄 적도 있다.
처칠도, 루즈벨트도, 레이건도, 숀 코너리도 피해가지 못한 게 치매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적인 노후 대책 못지 않게 웰에이징(well-aging)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의 가족들이 치매라는 질병 앞에서 빚어내는 비극은 실상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멀쩡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자신도 환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게 치매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첫 단추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