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승리호’가 인기다. 주연 배우인 송중기는 ‘2092년 찌질이 4명이 펼치는 우주 청소선 이야기’라고 했다. 황폐한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에 삶터를 개척하려는 인류, 그리고 지구와 우주 공간을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는 ‘승리호’라는 얼개가 이채롭다.
상영관이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한데다 투자금이 240억 원대이고 첨단 VFX(시각특수효과)에 공을 들인 한국형 우주 블록버스터의 출발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한국 사람의 시각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봤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만큼 시야를 넓히고 생각을 깊게 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우주에서 지구를 볼 기회를 가졌던 우주비행사 수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016년 내놓았다. 이들이 느낀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감탄, 둘째는 생명체와의 유대감 강화,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홍수. 우주비행사들이 새로운 광경과 관점, 진실을 접하면서 각성한 셈이다. 바로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난 후 일어나는 가치관의 변화가 조망 효과라면 그 키워드는 생명과 사랑 아닐까.
1968년 아폴로 8호 우주선의 우주비행사 빌 앤더스는 반쯤 드러난 지구를 촬영했다. 이른바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이다. 앤더스는 지구로 귀환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달에 갔지만 우리가 실제로 발견한 건 지구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완벽한 지구 모습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가 찍었다. 태양을 등지고 있었기에 전체가 밝게 드러난 지구. 푸르게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 ‘블루 마블’(Blue Marble)이다.
결정판은 따로 있다. 31년 전 이맘 때인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 위성이 찍은 지구 사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지구로부터 60억km 이상 떨어진 우주에서 본 지구는 자세히 살펴야 겨우 알아볼 정도로 아주 작은 점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설득해 이 걸작을 만든 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하고,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를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입니다.”
‘승리호’는 땅이 병들었으니 갈 곳은 하늘 뿐이라면서도 지구를 지키고자 목숨을 거는 인간의 투혼을 그렸다. ‘지구돋이’와 ‘블루 마블’, 그리고 ‘창백한 푸른 점’의 조망 효과가 ‘승리호’로 증폭되어 우리 모두가 지구 환경 지킴이로 거듭나야겠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