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2월, 스웨덴의 여성주의 활동가 두 명이 영국 런던대학 의과대 생체실험실에 난입했다. 당시 실험실에서는 갈색 테리어 종의 개를 대상으로 생체실험 중이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목줄기에 커다란 절개가 있고 침샘이 드러나 있다. 고통받고 있는 신호로 보인다. 저항하며 자꾸 일어서려 한다. 온 힘을 다해 자유를 얻고자 시도한다.” 두 활동가는 그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문제는 개에 대한 마취 여부. 1876년 영국이 제정한 ‘동물학대방지법’에 따르면, 마취 없이 생체실험을 할 수 없었다. 실험자들은 법정에서 마취제로 개를 안락사시켰다고 말했다가 칼을 사용해 죽였다고 번복했다. 하지만 법원은 배심원의 판단을 근거로 실험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장장 7년에 이르는 뜨거운 논란을 야기한 ‘갈색 개 사건’이다.
1906년 동물 생체실험 반대자들은 영국 배터시에 갈색 개의 기념비를 세웠다. “한 차례 생체실험을 겪은 지 두 달 뒤 또다시 생체실험대에 올려졌구나…언제까지 이런 일을 계속하게 두려는가?” 비석에는 이런 글이 새겨졌다. 이에 격분한 의대생들은 동상철거운동을 벌였다. 동물학대방지운동으로 동물 생체실험이 어려워지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1907년 12월, 1000여 명의 의대생들은 갈색 개 모형을 매단 지팡이를 들고 동상을 지키는 경찰과 충돌했다. 이른바 ‘갈색 개 폭동’이다. 이에 굴복한 배터시는 1910년 3월 결국 동상을 철거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1985년, 배터시 공원에 다시 갈색 개 동상이 설치됐다. 그 사이 세상은 급변해 마침내 철학자 피터 싱어가 “인간과 동물은 평등하다”며 인간의 구속을 벗어난 ‘동물 해방’(1975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일부 후보가 헌법에 ‘동물권’ ‘동물복지권’을 명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젠 ‘개 자식’ ‘닭 대가리’ ‘돼지 새끼’ 같은 동물을 빗댄 욕설을 자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TA)’는 최근 옥스포드 사전 등 세계적인 사전 제작업체들에게 동물에 대한 나쁜 뜻을 담은 단어는 “인간 우월적 태도”라며 사전에서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사망자가 출생자를 추월하면서 감소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1인 가구’는 10가구 중 4가구 꼴로 늘어났다. 이에 비례해 반려동물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간 감소의 고독을 동물이 대신하는 것이다. ‘동물 욕’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공감을 얻는 배경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u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