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2년 전 한국인이 좋아하는 계절과 꽃을 조사해 발표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같은 조사를 2004년과 2014년에 했을 때와 비교해 조금 달라졌다. 앞선 두 번의 조사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계절은 가을이었다. 최근엔 봄이 가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남성의 선호도가 과거엔 가을이 압도적이었으나 봄과의 차이가 없어졌고, 전통적으로 봄을 좋아하는 여성에게선 가을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덕분이다. 꽃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장미가 압도적인 1위이지만, 10위 밖이던 벚꽃이 2위로 껑충 뛰었다. 남심이든 여심이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 것이다.
봄꽃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국내 한 대학 연구실에서 학생들에게 개나리 진달래 벚꽃 매화 목련 등 5가지 봄꽃의 개화 전후 사진을 각각 보여주고 느낌을 물었다. 개나리는 가지만 앙상할 때보다 우울 분노 피로감을 줄이고 활기를 부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진달래 역시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우울감이 낮아지기는 벚꽃의 효과가 가장 컸다. 꽃을 보면 휴식 이완 행복 상태일 때 나오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증명됐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올해는 3~4일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가 최근 내놓은 분석이다. 작년 12월과 올 1월 초까진 북풍이 강해 예년에 비해 추웠지만 1월 중반 이후부터 기온이 높아져 2월과 3월은 따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덕분에 개나리는 3월 12일께 부산과 제주부터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는 3월 13일께 제주에서, 부산은 16일께 꽃망울을 터뜨린다. 개나리 진달래 모두 평소보다 사흘이나 빠르다.
작년엔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봄과 가을 축제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특히 봄에는 사람들의 밀집을 막기 위해 주요 축제의 장이었던 꽃밭을 모두 갈아엎었다. 진정 기미를 보이는 코로나 추세에다 백신 접종 등의 변수가 더해져 올해는 전망이 조금은 밝다. 낙동강30리벚꽃축제, 낙동강유채꽃축제, 삼락벚꽃축제 등이 열리는 부산이나 진해군항제 제주유채꽃축제 등이 예정된 지자체들은 계획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조금 빨리 피는 봄꽃에 절제된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면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