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참새 크기의 텃새다. 서남대 교수 출신 생태학자 김성호(60) 박사는 이 새의 번식과 육아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해 책으로 펴냈다. 부모새는 부화한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기까지 20여일간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2~3분에 한번씩 먹이를 물어나른다. 하루 평균 이동 횟수는 240회, 이동 거리는 24㎞에 이른다.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쯤 어미새와 아빠새의 부리는 혹사로 인해 뭉툭해지고 깃털은 듬성듬성 빠져 초췌하기 이를 데 없다. 김 박사는 “누구라도 이 헌신을 보면 울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달초 언론을 장식한 부산 엄궁동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 결과는 무죄 판결 두 당사자 중 한 명인 장동익(62) 씨의 어머니가 일군 기적이기도 하다. 시각장애 때문에 눈앞의 사물도 구분 못하는 아들이 살인죄로 옥살이 하는 동안 모친은 검찰 경찰 법원 등을 다니며 사건 기록을 모았다. 공공기관은 자료 보존기간이 한정적이고 변호사 사무실도 영구적이진 않을 것이라 여긴 어머니는 아들의 무죄 증거가 사라질까 노심초사하며 2000페이지 넘는 문서를 일일이 복사했다. 장 씨가 출소 후 건네받은 분홍색 보자기에는 빛바랜 서류철이 고이 싸여있었다. 아들의 출소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이 자료가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요즘 부모가 자식을 해치는 학대사건이 부쩍 늘어 공분을 사고 있다. 8살이나 된 딸을 출생신고도 않고 학교도 보내지 않다 자기 손으로 숨지게 만든 40대 엄마, 쓰레기 가득한 집에 세살 딸을 홀로 두고 떠나 굶어 죽게 만든 20대 엄마, 생후 2주 밖에 안된 아들을 내던지고는 ‘멍을 없애는 방법’ 등을 검색한 20대 부부 등 끔찍한 사건이 끝도 없다.
우리가 당연한 듯 여기는 모성애나 부성애가 실상 인간의 본능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출산 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모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모성애는 여성을 육아의 틀에 가두기 위해 만들어낸 억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부모학교에서도 모성과 부성을 선천적이라고 보는 건 잘못된 통념이라고 가르친다. 모성애나 부성애가 본능이든 학습의 결과이든 자식을 해하는 부모에게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 비난하는 건 최소한 생태학적으로는 옳은 말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