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1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성대한 환영 카퍼레이드가 열렸다. 주인공은 프로골프 선수 벤 호건. 그는 며칠 전 영국에서 열린 ‘브리티시 오픈(The Open)’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마스터즈 토너먼트와 US오픈까지 더해 1953년 한 해에만 메이저대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한 해 3대 메이저 석권은 사상 초유였다. 이 기록은 2000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의해 겨우 재연된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전쟁영웅 등에게만 베풀던 브로드웨이 퍼레이드를 벤 호건에게 열어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해 낸 것에 대한 존경의 의미였다. ‘골프 스윙의 교과서’로 불리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5명 중 1명인 벤 호건이지만, 그의 인생은 1949년 2월 2일 아침 텍사스 주의 작은 마을 벤 호른에서 끝날 수도 있었다. 그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반대 차선 고속버스와 정면 충돌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조수석의 아내를 보호하려고 몸을 날린 것이 그를 살렸다. 충돌 사고로 핸들이 밀려들어 운전석 등받이를 뚫은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골반과 쇄골, 갈비뼈, 발목뼈 등이 골절됐고 혈액응고, 왼쪽 눈 실명 진단까지 받았다. 의사는 “목숨을 건진 게 기적”이라며 “골프는 더 이상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듬해인 1950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한다.
미국골프기자협회는 1954년부터 ‘벤 호건 재기상’을 선정해 수여한다. 첫 수상자는 미국의 전설적인 육상선수이자 여성골퍼인 베이브 자하리아스. 타이거 우즈도 2019년 이 상을 받았다. 네 차례의 허리 및 등 수술을 딛고 5년 만인 2018년 PGA투어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재기한 결과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마스터즈 개막 하루 전인 4월 10일 오거스타내셔널클럽 시상대 뒤에서 이 상을 받았는데 이후 나흘 동안 신들린 샷을 휘두르며 14년 만에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되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랬던 우즈가 지난 23일 LA 근교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해 두 다리에 복합 골절상을 당하자 여러 말들이 나온다. ‘목숨을 건진 게 다행’ ‘차가 살렸다’ ‘더는 골프 선수로 뛰지 못할지도 모른다’ 등이다. 이런 우려를 딛고 우즈가 다시 한번 재기할 수 있을까? 사상 최초로 벤 호건 재기상 두 차례 수상자가 될 수 있을까? 그리하여 1949년 사고와 재기를 담은 영화 ‘태양을 따르라: 벤 호건 스토리(1951년 제작)’처럼, ‘타이거 우즈 스토리’의 완결판이 탄생할 수 있을까? ‘황제의 귀환’을 기대해 본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