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정당한 대가 지불한 뒤 즐기는 문화예술 /김미희

  •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  |   입력 : 2021-02-28 19:01:0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그림 완성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관람객으로부터 전시장에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미술작품을 정량화해서 다양한 수치로 환산하여 다른 상품들과 비교하며 작품을 이해하려는 호기심 많고 용기 있는 관람객의 편리한 가치평가의 방법이 내재되어 있다.

작품 크기에 따라 투입된 재료비와 시간당 인건비를 합산하는 원가계산식을 미술작품에 대입시켜도 되는지 사뭇 놀라 당황한 그 관람객의 지인은 옆에서 더 이상의 질문을 못하게 하는 해프닝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 작품 얼마인가요?”라고 묻기라도 하면 마치 미술작품과 작가에 대한 불경한 태도이자 심각한 결례라도 되는 것처럼 만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원가계산 방법은 르네상스 시대에 시스티나예배당 천정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와 교황사이에서도 있었고 르네상스 예술을 적극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은 작품을 주문제작하는 방식까지도 활용하여 당대 최고의 기술자와 예술가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벽화, 조각상, 건축물 등 다양한 예술품들을 창작하게 하였고 충분한 비용을 지급했다. 당시 푸른색의 안료는 금보다 비싼 재료여서 실수하지 않는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예술가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가계산과 더불어 예술에 대한 가치평가까지 더하여 예술작품들은 교환되고 소비되었다. 메디치는 르네상스의 큰손 컬렉터로서 당대 최고의 작품수집가였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기에 ‘열정페이’라는 용어가 유독 문화예술계에서 많이 들렸다. 취업난이 만들어낸 사회초년생 청년들의 열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나쁜 행태는 문화예술계에서 더욱 심각했다.

공연 경력이 없으니 기회를 주겠다고, 그림 많으니까 빈 벽에 걸어두자고 등등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예술을 교환하기보다는 무상으로 소비하기를 바라는 태도는 여전히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셈에 약한 예술가들의 너그러움(?)도 일조하는 면이 없진 않다. 저 멀리 아득히 신비로운 아우라의 후광은 예술을 일상으로부터 멀리 떼어놓아 권력화, 도구화하여 예술을 독점하고 지배하려는 장치였으나 지역에서 일상의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예술 대중화의 이 시대에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낡은 개념이다.

예술에 대한 존중과 예술의 신성화는 구별되어야 한다. 예술이 일상 속에서 대중화 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소비되어 선순환의 예술생태계를 지속하는 것이다.

예술의 대중화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가능하고 적당한 소비를 동반하여 일상 속에서 향유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일상 속의 예술은 박물관에 모셔두기보다는 나의 존중과 함께 지불된 비용으로 재미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 재미는 나에게만 통용될 수 있는 유일하고 독특한 아우라를 가질 수도 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다양하니까.

코로나로 전시회 개막식에서 오색리본을 자르던 행사풍경도 사라진 지금, 문득 아주 예전에 오색리본 수급이 원활하지 않던 그 시절, 지역의 작은 소도시의 전람회에서는 새끼줄에 꽃을 꽂아 전시개막 커팅식을 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생명탄생을 알리는 금줄의 형식을 빌어서 새로운 창작품의 발표를 축하하며 꽃이 달린 새끼줄을 자르는 영광을 받은 내빈은 작품을 우선하여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졌다 하니 자원이 풍족하지 못한 시대임에도 예술에 대한 기품 있는 가치평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예술가에 대한 존중과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여 선순환의 예술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문화예술을 일상 속에서 향유하는 것이다.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스스로 계산하여 나만의 가치평가의 기준을 만들어 내가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재미,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 이 순간의 재미를 나에게 먼저 주기로 했다. 새로운 작품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하는데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할까하는 이 행복한 고민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뒤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7. 7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8. 8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9. 9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1. 1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2. 2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3. 3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7. 7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8. 8[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9. 9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8. 8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8. 8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