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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공깃밥과 즉석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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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보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공깃밥 그릇은 크기가 지름 9.5㎝ 높이 5.5㎝다. 쌀밥을 가득 담으면 200g쯤 된다. 이것이 식당 밥의 표준이 된 건 20년 정도 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 쌀 소비를 줄이는 게 정부의 지상과제였다. 서울시가 나서 식당 밥그릇을 지름 11.5㎝ 높이 7.5㎝로 정하고 표준화 캠페인을 벌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이후 규격을 더 축소하고 어기면 영업정지 처분에 처한다는 행정명령까지 내렸다. 지금 사이즈의 공깃밥은 2000년대 들어서야 보편화됐다.

쌀 소비가 최고였던 1967년 한 사람이 집에서 1년간 먹는 쌀은 196.8㎏에 달했다. 하루 539g의 양이다. 한 끼용 맨쌀 100g을 기준으로 다섯 그릇이 훨씬 넘는다. 쌀 소비량은 이후 지속적으로 줄었고 2019년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엔 57.7㎏에 그쳤다. 하루 소비량은 158g으로, 한 공기 반이다. 하지만 즉석밥 등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오히려 4.6% 늘었다.

오랫동안 1000원이라는 불문율에 묶여있던 식당 공깃밥의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최근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배달음식의 공깃밥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 설 연휴 직후부터 공론화됐다. 쌀값과 인건비가 많이 오른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뜻 총대를 매는 이가 아직은 많지 않다.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깃밥과 비슷한 210g 용량의 즉석밥은 1990년대 중반 출시 당시 1000원에서 지금은 1500원을 훌쩍 넘었고 제조사에 따라 1700원대도 있다. 올해도 예외 없이 6~11%씩 값이 뛰었다. 그러나 묶음 구매 등으로 인해 가격 변동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탓인지 소비자들의 저항은 공깃밥만큼 거세지 않아 대조적이다.

식당 공깃밥 가격 인상에 거부감이 큰 건 ‘공깃밥 1000원’의 상징성이 워낙 커서일 것이다. 애당초 추가 공깃밥이란 게 처음 주문했던 밥이 적었던 탓이므로 ‘손이 작은’ 주인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다. 한국 식당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품이 많이 드는 밑반찬은 공짜로 더 주면서 밥을 추가할 때는 돈을 받는 문화라고 한다. 공깃밥 가격 인상의 전제조건은 식당마다 들쭉날쭉한 밥 양의 표준화이겠지만 그것만이 해결책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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