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선진국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이상, 세계은행 분류 OECD 고소득국가,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국, 파리클럽 가입국, IMF 선정 선진 경제국 등 어느 기준을 따져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입니다. 경제적 지표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 문맹률, 평균수명 등 삶의 질을 측정해 평가하는 UN 인간개발지수 순위에서도 서구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을 미처 느끼지 못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전쟁과 분단 속에서 짧은 기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어 냈기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는 사실을 쉽게 체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지구적 유행은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저력을 깨닫고, 늘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미국과 일본, 서구 국가보다 우리의 사회적 역량이 뛰어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2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는 전면적 락다운(봉쇄 조치) 없이 투명·개방·신속성을 바탕으로 국민 경제와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께서 설파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높은 문화의 힘-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또한 세계인을 향해 휘황차게 빛남을 눈앞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은 사회·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정상권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남을 좇아가는 데 급급했던 ‘패스트 팔로어’의 입장에서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들어섬을 확인한 지금, 선진국 이상의 국가를 지칭하는 명칭이 따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를 소수의 ‘세계선도국가’라 칭한다면, 이에 이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요.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화약 나침반 종이 인쇄술 등의 발명으로 인류 문명의 혁신을 주도했고, 명나라 시절 사상 최대의 선단을 꾸려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라비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던 중화제국이 유럽에 역전 당한 이유를 통합된 중국과 분열된 유럽에서 찾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분열된 유럽에서는 정치적 집단 사이의 경쟁이 창의와 변화를 자극했고, 통합된 중국에서는 그러한 경쟁의 부재가 사회의 정체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근세 조선의 침체와 일본의 발흥에서도 이러한 일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지방분권의 전통이 강했던 일본은 다이묘가 지배하는 지방 번(藩)들 간에 벌어지는 전쟁이 일상이었습니다. 지방 세력은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서구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상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경쟁을 통해 촉발된 에너지는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져, 오랜 중앙집권체제 하에 쇄국으로만 일관했던 조선은 근대화로 무장한 일본 앞에서 힘없이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방분권만이 선(善)이요, 중앙집권은 악(惡)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의 통일성과 능률성을 담보할 수 있고, 국가적 위기에 직면할 경우 강력한 행정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앙집권의 기반 위에서 지방정부마다 선의의 경쟁으로 지역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지방분권이 조화를 이룬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선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과감한 중앙정부 권한의 이양과 세원 조정을 통한 재정자주권 강화가 선행돼야 함은 진정한 주민자치,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단식으로 쟁취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평생 염원이었던 지방분권, 이제 꽃을 피울 때입니다. 쥐고만 있지 말고 팍팍 나눠주고, 시원하게 풉시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3이 되고 4가 되는 마법, 지방분권을 통해 보여 드립시다. 지방은 준비돼 있습니다.
부산 동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