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희대의 전염병이 만연하여 박물관 출입이 불편한 상황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추사(秋史)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에 대한 관심은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예약을 해서 정해진 시간에 관람을 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세한도’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떠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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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다 보고 나서도 또 다시 줄을 서 보기 일쑤이니, ‘세한도’ 앞은 늘 관람객들이 빈틈없이 빽빽이 줄지어 있다. 이렇게 대단한 관심이 생긴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세한도’의 예술성에 대한 관심이다. ‘세한도’는 조선시대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 작품을 보면서 ‘세한도’의 대단한 면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또한 ‘세한도’는 제자인 이상적에게 그려준 이후 한중일 삼국을 돌아다니다 기적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작품 속에는 그 사연을 담은 애틋한 글들이 남아 있어 더욱 애호가들을 감동하게 한다. 한편으론 그동안 기탁품이었던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영구 기증한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열풍을 일으키는데 한몫을 하였다.
근래에 가장 많이 받은 난감한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세한도가 정말로 잘 그린 그림이냐”하는 것이다. 동양의 문인화가 서구 풍경화나 정물화처럼 사생 대상을 얼마나 공감되도록 잘 그렸는가 하는 객관적 기준이 잡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문인화는 대상의 묘사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정신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혹자는 격조 높은 김정희의 작품에 대해 “추사를 아는 사람도 많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치 김정희의 학문이나 예술세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의 예술의 총화라 할만한 ‘세한도’에 대한 평가도 선뜻 무엇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세한도’의 주제는 ‘추운 겨울을 지난 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푸르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말로 함축할 수 있다. 머나먼 제주에 유배와 있는 김정희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제자 이상적을 바라보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인물들에 대한 속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래토록 서로 잊지 말자(長毋相忘)”라는 인장의 의미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니 이 그림은 소나무와 측백나무, 또는 집의 묘사가 잘 되었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김정희의 세상에 대한 경계와 제자 이상적에 대한 애정을 읽어내야 하는 그림이다.
곧 김정희가 늘 추구했던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가 가득한 원나라 화풍의 뛰어난 문인화라 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