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마음에 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발걸음 했을 곳이 하동 칠불사다. 산 높고 골 깊어 숱한 사연을 품은 이 산에서도 칠불사 내력은 유별나다. 2000년 전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 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한 것을 기념하고자 만든 사찰임을 모르는 이 없을 터이다. 가야 불교 발상지에 거문고 전승지와 다도 중흥지란 역사가 더해진다.
칠불사에 21세기 첨단 기술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수소 발전기를 활용한 ‘전력 자립’ 도전이다. 한 번 불을 때면 온기가 100일은 간다는 아자방(亞字房)으로 유명한 청정 도량에 어울리는 청정 에너지 실험이다. 연간 수천만 원인 전기료 부담을 더는 건 덤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원으로 탈 때 이산화산소 등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청정 연료로 꼽힌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수소 자동차나 수소 연료전지 개발에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이처럼 석유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 경제를 일컫는 수소 경제가 화두다.
특히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가 수소 경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 산업 육성을 외치고 있다. 독일은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으며, 일본은 원자력 대체 에너지 확보 전략으로 수소 경제에 주목한다. 우리나라가 뒤질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 경제 로드맵’을 내놓았다.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 자동차가 주식시장의 불쏘시개가 되는 이유다.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선 현대자동차·SK·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사가 2030년까지 수소 경제에 4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정부도 이들 민간기업 투자에 걸맞은 제도적 뒷받침을 다짐했다. 수소 경제를 선점하려는 이합집산, 즉 수소 동맹이 본격화할 듯하다. 현대차그룹이 포스코그룹에 이어 SK그룹과 잇따라 수소 경제 공동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수소 동맹은 글로벌 수소 경제 전쟁의 돌파구라 하겠다. 총성 없는 수소 전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잡는 경쟁이다. 이 과학기술경쟁이 하늘을 나는 수소 자동차 개발로 이어져 부산에서 칠불사까지 하늘길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