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 주변 노점상들의 새 보금자리로 기대를 모은 ‘자갈치아지매시장’이 완공 1년이 넘도록 방치됐다는 소식은 어처구니가 없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국·시비 합쳐 93억 원이나 들이고도 엉터리 시설로 판명돼 상인들로부터 외면받았고, 부산시가 다음 달부터 19억 원을 들여 개선공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연말에 공사가 마무리돼도 정상 입주가 이뤄질지조차 미지수라고 하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일은 일대로 망쳤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를 외치던 ‘자갈치아지매’의 속은 타 들어가다 못해 숯덩이가 됐다. 이쯤 되면 탁상 행정, 주먹구구 행정을 넘어 ‘행정 실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이번 사태는 도시행정에서 ‘첫 단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애초 이 사업은 350명 노점상들의 양성화와 관광자원 활용을 위해 ‘자갈치 명소화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됐다. 연면적 2288㎡ 지상 2층 규모의 시설을 짓기로 하고 2017년 착공해 2019년 말 완공했다. 그러나 적잖은 문제점으로 상인들의 반발을 샀고 개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성냥갑 같은 건물의 공간이 좁아 입주 대상 상인의 60%(200여 명)만 수용 가능한 규모였다. 몇 개 안되는 창문의 크기도 작아 바다 조망을 확보하지 못했고, 물양장 위 건물임에도 내진 보강 공사도 안됐다.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 시장의 냉동·냉장저온창고도 부실했다. 설계부터 엉터리였다는 이야기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100억 원 가까이 들인 시설이 1년 여 흉물로 방치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것이 자갈치아지매들의 행정 불신이다. 시는 현재의 건물 2층 창문을 넓혀 통창으로 만들고 옥상에 냉동·냉장저온창고를 설치한 후 연말께 우선 200명을 입주시키고, 2단계 시설을 2023년까지 지어 나머지 150여 명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회의적이다. 일부는 “기왕 늦어졌으니 2단계 완공 이후 한꺼번에 입주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상인들이 개장 지연에 대한 책임 추궁,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불안감 등을 이유로 임대료 재협상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개장은 2024년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
예산 낭비와 늑장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일이 부산 대표 관광지에서 일어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자갈치 명소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시장을 짓기로 했으면, 설계 단계부터 ‘현장’에 천착했어야 한다. 선창가에서 뱃고동·파도소리를 듣고 바다 냄새를 맡으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썼던 자갈치시장의 특장점을 상인과 손님의 입장에서 동시에 고려했어야 한다. 그런 고민이 반영된 설계와 시공을 거쳐 양측 모두 만족할 시설이 됐을 때 말 그대로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명소 한 곳 발굴하기가 얼마나 힘겹던가. ‘대충 대충 행정’으로 그나마 있던 명소마저 잃어버려서야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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