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두 사건은 모두 한국의 반기업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이유는 원래 미국에서 설립된 회사라는 점에서 예견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차등의결권 때문이다. 보통주 1주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쿠팡의 경우 보통주 1주에 29개의 의결권을 요청했다. 전체 주식의 2%만 가지고 있어도 5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제도가 있으면 과반수 의결권 확보를 위해 우호지분을 규합해야 하는 쓸데없는 노력을 안 해도 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거래가 생기면 기업은 멍이 든다.
이 제도에 대해 한국 사회는 매우 부정적이다. 왜 기업인에게 특혜를 주느냐는 강한 반기업정서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의 구속 역시 반기업정서와 관련 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실정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결정 이면에도 국민의 재벌기업에 대한 반기업정서가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부를 변칙적으로 물려받아 쉽게 기업 총수가 되는 것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한국에서는 반기업정서가 강한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업인 스스로 행한 부적절한 행동들이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사람들은 ‘기업인=돈 가지고 갑질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이 산업화를 시작한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스컴에는 종업원과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기업인 이야기, 총수 자식들의 일탈적 행동, 아버지 찬스로 기업을 인수해 호의호식하는 후세, 사회에 해를 끼치는 제품·서비스 출시 그리고 정부와 결탁해 이득을 챙기는 기업인 등의 부정적인 기사들이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니 기업인을 좋은 눈으로 보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이것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들을 하지 않았다.
사실 반기업정서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엄청난 반기업정서가 있었다. 영국이 매우 심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은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두 계층이 등장하면서 극심한 반기업정서가 일어났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철학이 등장한 것도 여기에 한 원인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기업과 기업인들이 막대한 부를 부정하게 챙기자 미국인들의 이들에 대한 반감이 치솟았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의 대처방법이 달랐다. 영국의 기업인들은 국민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 경영을 등한시하고 사교클럽에 놀러다니는 길을 택했다. 그 막강했던 영국 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대표적인 곳이 록펠러 가문이다. 록펠러는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재벌 기업인이다. 하지만 악명 높은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는 중소 석유회사를 강권으로 뺏었고 월급을 올려달라는 광부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기도 했다. 그러자 미국 국민은 록펠러를 가장 못된 기업인으로 인식했다. 그런 그가 변했다. 그는 죽기 전 40년 동안 부의 사회환원에 전념했다. 록펠러 재단을 만들어 자선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미국의 시카고 대학을 설립했다. 뉴욕시민의 수돗물 값을 대신 냈다. 하지만 한번 형성된 나쁜 이미지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록펠러 2세도 아버지의 뜻을 이었다. 요세미티 지역의 광대한 땅을 사들여 국립공원으로 기증했다. 그래도 록펠러의 악명은 남았다. 이것이 지워진 것은 손자 록펠러에 이르러서다. 그 역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부의 사회환원에 참여했다. 미국인들도 이들의 이런 노력에 호응했다. 이제 록펠러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기업과 기업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 기틀을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 록펠러 가문의 전통은 전 세계 면세점 왕 피니,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영국처럼 될 것인가 미국처럼 될 것인가? 예단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영국처럼 되지 않을 것 같은 가능성이 싹트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의장이 각 5조 원과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언이 계기가 될 것 같다. 물론 앞선 세대에 유한양행의 유일한 설립자가 있다. 한국에서 부의 사회환원에 대한 씨앗을 뿌린 1세대다. 이후 삼영화학의 이종환 회장,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 광원산업의 이수영 회장 등이 자신들의 거액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들이 2세대의 씨앗을 뿌렸다면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의장은 3세대의 씨앗을 뿌린 것이 된다. 이런 기업인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에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천하의 근본이었다(農者天下之大本). 국가생산성이 농민에게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업인이 천하의 근본이다. 반기업정서는 이 천하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기업인이 계속 흔들리면 한국 역시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된다. 김범수 김봉진 의장의 사회환원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