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방침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대의사를 밝혀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은 사퇴 입장문에서 “중수청 설치는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라며 재차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서 그는 “정의·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함으로써 윤 총장은 이제 검찰을 떠나게 됐지만, 정국은 한바탕 격랑 속으로 빠져 들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민 보호’를 언급했으니 사실상 정치 선언으로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인 뜻과 무관하게 그가 야권의 차기 대선 잠재주자 1순위로 거명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의 사퇴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최근 ‘사퇴 임박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 2일 언론 인터뷰, 3일 ‘보수의 홈그라운드’ 대구 방문 등을 통해 작심한 듯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속도전을 강력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특히 인터뷰에서 “직을 걸라고 하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언급한 부분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가 뼈대인 ‘검찰개혁 시즌2’가 지난 1월 시작된 이래 의견 공표를 삼가던 윤 총장이 강경기조로 돌변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라고 봐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더욱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이 더는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윤 총장 사퇴를 빌미 삼아 일선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등 ‘검란’으로 이어져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윤 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찰의 목소리가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3월 중수청 법안 상정, 6월 통과라는 시간표를 정해놓은 여권도 당위성에만 함몰돼 ‘과속’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명색이 검찰의 수장으로서 윤 총장이 직을 걸면서까지 던진 ‘화두’를 가볍게 여겨선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혁명보다 개혁이 더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더구나 그 대상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권력 조직인 검찰이고 보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일이다. 검찰에 대한 시각은 양면적이다. ‘법치와 정의의 수호자’ 대 ‘브레이크 없는 권력기관’으로 나뉜다. 입장에 따라 극과 극이다. 결국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 공감이 우선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 그래서 면밀한 논의와 공론화가 더욱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 시즌1’에 이은 검찰개혁의 완성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국가적 중대사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대한변협의 이날 성명서 내용도 새겨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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