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령 모롱이 봄안개 머물고 축축히/대지에 실비 나리는 밤/만 바퀴 허공을 돌던 뽀얀 정념들/가슴속 옹달샘에 그리움 개이어/가랑비 고요가 창가에 머물고 내마음/망연히 촛불이 지는밤/바램도 원망도 아닌 회오리 상념들/잔잔한 눈망울에 서러움 남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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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 소나타 5번 봄(사진 위)’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앨범. |
한일무 시(詩)에 장일남이 곡(曲)을 붙인 우리가곡 ‘봄비’를 오늘은 작고하신 바리톤 오현명 선생님의 중후한 목소리로 가슴을 적셔본다. 지난 주말에 봄비가 내리더니 이번 주말에도 비 소식이 예보되어 있다. 엊그제 춘분을 기점으로 봄볕이 하루가 다르게 따사롭다. 춘분 이전에 핀 봄맞이꽃인 매화 산수유 등이 지고 복숭아꽃 살구꽃과 벚꽃 등이 줄줄이 피어난다.
이때쯤이면 필자가 듣는 음반들도 봄맞이곡에서 봄을 만끽하는 곡들로 바뀐다. 신딩의 ‘봄의 속삭임’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멘델스존의 ‘봄노래’ 등이 이른 봄에 어울리는 곡이라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등을 듣노라면 마음은 벌써 봄의 한가운데 와있는 듯 하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에 붙은 ‘봄’이란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이 곡을 들으면 봄날과 같이 포근하고 희망과 행복이 가득하다고 느꼈던 출판상이 붙인 것이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과 레브 오보린의 피아노 앙상블은 봄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느끼게 해주고 에후디 메뉴힌의 바이올린과 빌헬름 켐프의 피아노 앙상블은 봄날의 온화함과 화사함을 느끼게 한다.
슈만의 교향곡 1번에 붙은 ‘봄’이란 표제는 아돌프 뵈트거의 시(詩)에서 따온 것이다. 슈만은 이 곡을 봄의 교향곡이라 불렀지만 계절 ‘봄’을 표현했다기보다는 다가오는 인생의 희망을 의미한 것이라 하겠다. 볼프강 자발리쉬가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벨레의 연주가 무난하다.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그리그가 그의 사촌 누이인 소프라노 니나 하게루프와의 행복한 결혼생활 중에 작곡한 것으로 청춘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으며 인생의 봄을 찬미하고 있다.
요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중국 고사성어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지난해 봄만 해도 곧 코로나19를 극복하리라 기대를 했지만 1년이 지난 이번 봄에도 봄다운 봄날을 만끽하기란 어려울 듯하다. 이젠 마스크가 일상화되고 나니 지난날의 평범했던 일상생활이 그립기만 하다.
‘꽃 피는 봄사월 돌아오면/내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철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 /먼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나의 옛 고향은 그 어디 멘가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일레라’
박화목 시(詩) 채동선 곡(曲)인 ‘망향’. 테너 신인철이 부르는 애잔한 노래 소리에 어느덧 2021년 3월이 지나가고 있다.
필하모니 대표·음악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