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왔다. 지난해 4월 전 시장의 사임 이후 두 차례나 대행체제를 거듭하며 힘겹게 이끌어온 부산시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보궐선거날이다. 지난 1년은 참 숨가쁜 나날이었다. 시장 부재의 비상체제 속에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까지 닥친 터라 1년, 10년 같은 하루 하루의 연속이었다. 오늘 비상체제를 마감할 새로운 시장을 선출한다. 시정 정상화의 주체는 시민이다. 293만여 유권자가 빠짐 없이 투표에 참여해 선거를 축제로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 2, 3일 이틀간 실시한 사전투표에서 부산은 18.6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8년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17.16%)을 넘어선 건 물론, 역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 중 최고치인 2014년 10·29 선거 결과(19.4%)에 근접하는 높은 수치였다.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내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띤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정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의 뜨거운 의지가 크게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보선인 탓에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단점은 있지만,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투표시간을 최대한 길게 설정한 만큼 소중한 주권을 꼭 행사하기 바란다. 공정선거 원칙 또한 끝까지 견지해야 한다. 이번 사전투표 때 부산에서 특정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를 촬영해 SNS에 게시하는 불법행위가 발생한 건 안타깝다. 모름지기 승부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그런 선거만이 시민의 정치축제가 될 수 있다.
시장 보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 만큼 선거운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직권남용, 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후보자 배우자 비방, 허위사실 유포, 공동주거침입 등등. 온갖 혐의를 적용한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다하겠다”는 등 상대 후보 진영을 향한 적대감도 깊어 선거 이후에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내년 선거(대선,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만큼 화합 차원의 고소·고발 취하는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과열·혼탁 양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편향적 시각을 조장해 시민의 화합을 저해하거나 정치 불신을 부추겨 주권 행사를 포기하는 부정적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도 유권자는 의연해야 한다. 정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최후의 심판자가 유권자여서다.
각 후보 진영도 명심해야 한다. 당리당략이 어떻든, 이번 선거와 관련한 정치 프레임이 어떻든 관계없이 본질은 민생이다. 수단과 방법이 어떻든 부산을 살리겠다는 마음은 똑같을 게다. 이 대의를 부인할 진영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결과를 놓고 또 다시 당리당략에 치우쳐 민심을 분열시켜선 안 된다. 초당적 당정협의체를 꾸려 민생 구제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현실은 첩첩산중이고, 그 길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다. 정권 쟁취에 눈 멀어 좌표 잃은 질주를 지속하다간 언제 공멸의 벼랑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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