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습관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구영기

  • 구영기 전 생명그물 대표
  •  |   입력 : 2021-04-07 19:45:4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들은 통상 변화를 싫어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그렇다. ‘보수’라는 게 말 그대로 ‘보전하여 지킴’이고 ‘새로운 생활이나 변화에 반대하고 해 오던 방식을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것’이라면, 알게 모르게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다들 삶에 지쳐있는 탓이다. 지금의 일상을 겨우 유지하는 일만 해도 힘에 부치는데 변화까지 있으면 신경 써서 적응하고 맞춰야 한다. 이게 버겁고 두려운 거다.

나 역시 젊었을 적엔 대학에 새로운 실험기기가 들어오면 며칠씩 매달려 설치하고 조작법을 정렬하던 얼리 어답터였지만 이제는 휴대폰 사용법 익히는 일도 부쳐 단순 통화에다 사진도 자동기능 버튼만 누를 뿐이다. 비싼 첨단기기를 왕따시키고 있는 꼴이다. 막상 어떤 기능에 맞닥뜨렸을 때는 설명서를 뒤지기보다는 주위 젊은이에게 묻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늘 하는 대로 습관적으로 행동하며 비판 없이 그저 살아서는 안 된다. 누군가 그랬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왜 그런가, 꼭 그래야 할까, 의문을 가지고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옳다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으레 그럴 것이라 여기지 않고 달리 생각해 보는 방식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방향을 잡는 기본이다.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보면 혼주가 아는 사람은 모두 다 부른 듯싶다. 나를 꼭 오라 해서 갔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맞아야 하니까 내겐 겨우 눈웃음만 짓고는 그만이다. 그럼 나는 결혼식장의 꽃병이고 의자처럼 그곳에 잠시 갖춰져야 하는 장식품 역인가? 연극 대본의 사내2이고 행인5에 버금갈 뿐인가? 난리 북새통 속에서 밥을 얻어먹으면서 내내 잡친 기분만 한가득이다. 이건 아니다.

모신 사람들을 존중하지 못하는 이런 결혼식은 글렀다. 소중한 사람 몇몇만 초대해서 결혼식을 치르고 함께 즐기는 게 좋지 않은가? 대부분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결혼할 사람의 부모가 부조금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러면 박제된 결혼식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두 장례식에 갔다. ㄱ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부조를 해야 치를 수 있을 거라 걱정이 됐다. 그러나 ㄴ씨는 부자여서 돈을 보태지 않아도 얼마든지 호화롭게 장모의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내가 마주한 현실에서 ㄱ씨 장례식장은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적은 액수로 부조를 하며 그래도 된다고 말한다. ㄴ씨의 장례식장에는 화환과 조문객들로 줄을 선다. 적은 돈으로 부조했다간 욕 듣는다며 큰돈을 봉투에 넣는다. 무언가 잘못됐다.

내가 막 군인이 되었을 때, 내 성향이 전혀 군대스럽지 않아 많이 맞았다. 심지어 ‘구타 금지’, ‘만일 구타 당했을 때에는 여기로 신고하시오’라고 쓴 간판 밑에서도 맞았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 같은 젊은이들이 낯설고 힘든 곳에서 고생하면서 서로 때리고 맞아야 하는가? 돕고 보살피면서 마음 맞춰 살아도 힘든 판에. 사회에서 험한 일을 하며 억울하게 살다 온 사람일수록 왼팔에 찬 완장이 버거워 더 날뛰고 구타를 해댔다. 나이와 깨달음이랑 상관없이 며칠 더 일찍 군대에 왔다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규칙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간부들은 사병들끼리 두들겨 패면서 위계질서 다잡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래야 통치하기 편하니까.

나는 절대 후임들을 모아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내 바로 다음 후임 녀석은 군율을 빙자해서 수시로 불러모으고 뒤늦게 들어온 군인들을 몰래 야비하게 족쳤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독사’였을까? 그 짓을 고참병들이 은근히 사주하고 있었다. 나 혼자 후임들을 패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부대가 달라졌을까? 아마 다들 나를 호구로 여기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나를 아무도 곱씹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헛짓이 아니라고 우긴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물길이 생기고 내가 되었다가 큰 강을 이뤄 결국 바다를 채운다. 눈을 뜨고 깨어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 부당한 것을 깨닫고 같이 바꿔 나가야만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전 생명그물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4. 4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2. 2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4. 4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9. 9추석 연휴 셋째 날 귀경길 정체 완화…부산→서울 5시간40분
  10. 10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