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피터지게 싸웠다. 서로를 겨냥해 쏟아낸 의혹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부산시장 선거 사상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부산 민심도 찢어졌다. 7일 선거는 끝이 났고, 모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시장은 사분오열된 지역 민심부터 추스려야 한다.
첫 단추는 1년째 공백 상태였던 ‘부산시정의 정상화’다. 내년 상반기면 또 다시 선거 국면이다. 새 시장에게 남은 시간은 1년에 불과하다. 새 시장은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시정을 운영해야 한다. 잠깐의 틈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지난 1년간 벌어진 모든 혼란과 난맥상은 ‘오거돈 시정의 비정상’에서 비롯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새 시정의 첫걸음이다.
새 시장은 340만 시민을 위한 행정 책임자다. 확고한 공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오 전 시장의 비정상은 필부만도 못한 사리분별력에 기인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두 명이다. 지난해 4월 사퇴의 계기가 된 성추행 사건 1년 5개월 전에도 또 다른 직원에 대한 성추행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부산시 인사에 따르면 그 때 오 전 시장의 추행을 견디지 못한 직원은 사표를 내고 시를 떠났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은 “찾아오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다음 날에는 “그냥 놔두라”고 돌변했다고 한다. 직위에 대한 공적 인식이 없었다. 체면과 부끄러움도 팽개쳤다. 그리고 지난해 4월 23일 또 다른 직원에 대한 성추행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간간이 언론에 비치는 초라한 노인의 모습은 씁쓸하다. 부산시정사에 두고두고 남을 오점이고, 시민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당당한 시장의 모습. 새 시장이 첫 행보부터 보여야 할 책무다.
BTS. 전세계 한류 열풍을 이끄는 아이돌 그룹이다. 그런데 부산시에서는 한 정무직 인사의 영문 이니셜로 더 유명했다. 그는 오 전 시장 시절 시정을 쥐락펴락 했다고 한다. 정치 지도자급에 통용되는 이니셜을 시청 사람들은 그에게 붙였다. 그 위세가 얼마나 기세등등 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 전 시장의 두 번째 비정상은 ‘8층의 전횡’에 눈감았다는 점이다. 부산시청 8층에 이 인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자리 잡았다. 시장실은 한 층 아래인 7층에 있다. 시의 정책이 8층에서 결정된 뒤 7층에서는 형식적 보고만 이뤄졌다고 시청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시장 위에 정무라인이 있었던 셈이다. ‘오거돈 시정’이 아니라 ‘상왕 시정’이라는 설이 파다했던 이유다.
시청 고위직 인사는 “이들의 역할은 정책에 대한 여론 수용성을 높이는 것인데, 이들 선에서 실·국장 의견이 무시되고, 시장은 단지 보고만 받는 사람으로 치부되니 누가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하겠느냐”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인사는 “시장이 결정한 일을 정무직이 뒤집는 일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부산시 비극의 원인이 된 첫 성추행 사건 때도 이들은 덮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 정무직인 경제부시장을 맡은 인사는 시를 자신의 비위를 막는 방패로 활용하다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오 전 시장 시절 정무직은 직전 서병수 전 시장 때보다 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세력이 된 정무직들은 오 전 시장의 눈과 귀를 막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선거 기간 여야 후보의 캠프에 사람들이 몰렸다. 상당수는 새 시정에서 한자리를 노린 사람들이다. 물론 정무직의 역할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범위는 관료와 정치권, 민간의 가교 역할에 그쳐야 한다. 부산시민이 시정의 총괄 행정권을 위임한 것은 새 시장이다. 시정의 중심은 시장이라는 얘기다.
오 전 시장 퇴임 이후 시에는 1년 동안 ‘어쩌다 시장’만 세 명이 배출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두 번 다시 시민에게 치욕을 안겨서는 안 된다. 새 시장은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서울본부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