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부산시장 당선이 확실시 된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초반부터 박 후보의 득표율이 김 후보보다 훨씬 높은 추세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여당 출신 전직 시장의 성추문 때문에 대한민국 제1, 2 도시에서 실시된 보선이 야당 승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부산은 3년, 서울은 10년만의 탈환이다. 향후 국정 운영과 내년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부산 시민의 4·7 선택은 여당에 대한 명백한 실망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 여당에게 힘을 실어줬으나 달라진 게 없다는 냉소가 컸다. 전임 시장 재임 내내 비선 실세 논란으로 시정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고 마지막에는 성희롱이라는 치욕적인 범죄로 시민의 얼굴에 먹칠까지 했다. 정부 여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 역시 큰 몫을 차지했다. LH 사태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파문은 부산과 서울 보선 판도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다. 당 소속 선출직이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을 어겼을 때부터 여당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 집권 4년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먹혀든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승리를 마냥 기뻐할 때는 아니다. 부산 시민이 야당을 택한 건 야당에 대한 구심력보다 여당에 대한 원심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부산이 엉망이라고 모두가 한탄한다. 그러나 현 상황을 만든 원초적 책임은 지난 23년간 부산을 맡았던 현 야당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모든 지표는 전국에서 부산이 제일 나쁘다. 청년은 떠나고 직장은 없어지고 소득은 갈수록 줄어든다. 서울은 고사하고 인천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축배를 들기보다 지금 부산이 처한 현실에 대한 냉정한 자성이 우선인 이유다.
현재 당선인 앞에 놓인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부산 시정은 지난 1년간 공백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시장은 중도 사퇴하고 그 자리를 메워야 할 부시장 두 사람도 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던졌다. 부산시는 시장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인다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하기에 부산 상황이 너무 촉박하다. 가덕신공항 건설, 2030엑스포 유치, 북항 재개발 등 향후 수십년간 부산을 먹여살릴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수도권에 대항할 부울경 메가시티 준비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4차 대유행의 문턱에 있는 코로나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 보선은 정책 대결이 실종된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의 전초전이었던 만큼 여야 모두 사활을 건 탓이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 중에는 여전히 진실규명이 필요한 대목이 없지 않다. 치열한 선거전을 후유증 없이 매듭지어야겠지만 엘시티 특검과 부동산 전수조사는 여야가 선거와 상관없이 조속히 진행해 의문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어반루프 등 당선인의 각종 공약을 수행하려면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 및 기초지자체와의 원활한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선 7기의 남은 임기 1년 3개월을 4년처럼 일하겠다는 각오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