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도시’의 도(都)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고을’로, 시(市)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저잣거리’로 풀이한다. 그대로 옮겨보면 정치·행정의 중심이자 경제·문화가 집결되는 곳이 곧 도시인 것이다. 이런 도시를 잘 지키고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학문인 도시공학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강한 정체성을 가진 도시, 매력 있고 쾌적한 도시, 문화·경제적으로 활력있는 도시 등을 지향하며, 이를 가꾸고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그래서 배우는 자나 가르치는 자나 모두 도시의 리더인 ‘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시장 개인에 대한 관심이기보다는, 시장의 능력과 마인드 그리고 역할에 초점을 둔다.
시장이란 직함은 무엇인가? 도시의 대표행정가 또는 최고경영자(CEO)로 정의된다. ‘대표’와 ‘최고’가 붙는다는 것은 시장 때문에 그 도시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한 도시의 대표와 최고로 상징되는 시장은 특별한 조건과 충분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 조건과 자격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고 도시마다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시장들의 경우에는 정치적인 타이밍, 즉 시대 운(?)도 조건에 포함되기도 한다.
임기 4년 만에 도시를 올바르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쿠리치바, 말뫼, 포틀랜드, 멜버른, 요코하마, 가나자와, 런던, 뉴욕, 파리 등의 도시들을 시대 주역으로 등장시켰던 공로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시장들은 다선을 기본으로, 최소 10년 이상 시장직을 역임했다. 기간 외에도 그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도시 미래상에 대한 일관된 굵직한 선을 가졌던 리더였고, 누구보다 자신의 도시를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며, 또한 재임 중에 도래했던 도시문제들의 극복을 위해 자신만의 색깔로 과감히 도전했던 도시혁신의 주창자들이었다. 그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별화된 도시상(都市像)을 창안했고 시민들의 애정이 겹겹이 쌓인 강한 도시를 만들어 냈다.
지난주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선거가 있었다. 불과 1년 임기의 보궐선거였지만 무척 뜨거웠다. 금방 돌아서면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왜 그리 과열되었었는지. 시장이 되자마자 의욕과 힘이 빠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었다. “왜 그렇게 시장이 되려 하십니까?” 시장이 되려는 이유가 소원 성취를 위한 자기욕심인지, 정치적 도약을 위한 입지 다지기인지, 아니면 당리당략에 따라 떠밀려서 선거에 나선 것인지. 모두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은 이런 시장을 원한다. 소시민들이 염원하는 작은 소망을 지켜주고 시민의 삶을 섬세하게 보듬어 주는 따뜻한 시장, 권력과 권위를 자기방벽으로 삼지 않는 의로운 시장, 어설픈 경제만능주의 사고에 찌들지 않은 시장, 돈과 타협하거나 돈을 탐하지 않는 시장 등이 해당된다. 돌처럼 생각이 굳어있지 않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성과 설득 당할 수 있는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도 시민들은 원할 것이다.
그런데 서너 가지를 적었을 뿐인데 벌써 ‘가능할까?’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도시마다 시장의 자격은 다를 것이다. ‘부산!’ 다루기가 결코 쉽지 않은 참으로 미묘한 도시다. 그런 부산의 새 리더에게 두 가지 마음을 전해 본다. 먼저는 ‘부산을 깊게 또 깊게 공부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이다. 이미 부산을 잘 알고 있다고 치부하지 말길 바란다.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은 새 리더에 주어질 수 있는 특권이다. 혹자는 정체성의 기본을 독립이라 했다. 차별적이며 자주적인 부산만의 특별함을 드러내려면 새 리더는 부산을 깊게 공부해야 한다. 지금은 축소시대다. 인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질도 동반하락 중인 사실을 말하기조차 껄끄러운 것이 부산의 처지다. 지금은 고유하고 특별한 부산다움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부산의 동력으로 성장시켜가는 새 리더의 결단이 절실한 때이다.
두 번째는 ‘전 세계를 뛰어다녀달라는 갈급한 부탁’이다. 불가능하다면 아시아에서만이라도 그래 주길 바란다. 연줄에 닿는 사람들에 파묻혀서 그게 전부라고 여기며, 귀는 닫은 채 한 발걸음조차 떼지 않는 그런 시장의 시대는 지났다. 언젠가부터 부산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동부산권관광개발, 문현금융단지, 명지국제도시, 에코델타시티, 북항재개발, 제2센텀시티 등 대형 단지 개발을 최선이라 여기며 달려오고 있다. 무려 3000만㎡가 넘는 이 땅들을 도대체 무엇으로 채워왔고 또 어떻게 채워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새 리더는 일부 계층의 편중된 부와 한정된 상업 서비스 일자리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야 한다. 개발지와 주변의 지가상승을 도시 발전의 효과로 착각하는 오류의 반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과 로컬을 넘나들며 당당하게 승부를 걸기 바란다.
새 리더는 부산의 현실 앞에서 진정으로 애가 타야 한다. 마치 평생을 살아가야 할 자기 집을 마지막으로 수리하는 사람처럼 부산을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 좁아질 대로 좁아져 있는 우리의 시선을 높게 넓게 펼쳐주어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