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건설에 비해 열기가 약해진 엑스포 유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시장 개인이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앙정부가 국가사업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0일 취임 한달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이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다며 이 같은 아쉬움의 일단을 드러냈다. 당면한 부산 현안이야 한 둘이 아니지만, 2030 엑스포 유치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나 그 시급성 만큼 분위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 프로야구 경기에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박 시장이 시구자로 나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싶다.
지난 14일로 2030 엑스포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최 및 유치 추진 계획안을 의결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의 유치전이 본격 시작됐다. 2014년 서병수 전 시장 시절 유치전에 뛰어든 지 5년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부산시는 100만 명 서명운동 등 전방위적으로 유치 분위기를 띄웠고 이는 오거돈 전 시장 때도 이어져 부산의 최대 현안이 됐다. 정부 또한 국가사업 확정과 함께 유치기획단 구성 착수를 필두로, 개최국이 확정되는 2023년 11월까지 유치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시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와 부산시는 2021년 5월부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BIE 회원국 대상 유치전은커녕 유치위원회 구성도 못한 판국이다. 유치위원회의 가장 핵심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 총수 유치위원장을 영입하는 일인데, 적격자를 아직 구하지 못한 탓이다. 다음 달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정작 핵심 조직조차 꾸리지 못했으니, 지난 2년간 도대체 뭘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사이 지난 달 경쟁국인 러시아가 처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치전은 본격화됐다.
답답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엑스포 유치의 최우선 요건인 북항 일원 행사 장소 확보 문제에 여전히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행사 장소 확보에 필수적인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이전 문제가 논의 중이긴 하다. 부산시는 지난 달 주한미군사령부와 회의를 갖고 55보급창을 부산신항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회의에서 미군 측은 이전 지역에 관한 일부 이견을 제기하긴 했으나,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한다. 도무지 진척 상황을 보이지 않던 난제가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해 반갑긴 하다. 그러나 이 정도 논의 만으로 55보급창 이전 문제가 단박에 해결될 사안은 결코 아니다.
55보급창 이전은 엑스포 개최지로 북항이 거론되던 당시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이전 협의 또한 그리 간단하지 않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 거쳐야 할 절차와 막대한 비용 등을 감안하면 범정부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부산시가 나서 주한미군과 이제 막 기초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이니 늦어도 한참 늦다. 유치위원회 구성을 떠나, 장소 확보마저 불투명한 마당에 내달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물론 부산시로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대안을 준비하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55보급창 이전이 최적의 안이라면 더욱 협의에 속도를 내야 마땅하다. 정부 또한 지금까지처럼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선 될 일이 아니다.
물론 국가사업화 결정 이후 지난 2년 동안 부산시와 정부가 허송세월만 하고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 시장 말처럼 엑스포 유치전이 초기보다 동력을 잃은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는 결국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무관하지 않다. 유치전을 진두지휘하고 정부와 적극 협의에 나서야 할 수장이 1년 여 공백 상태를 맞았으니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부산시 탓이 크긴 하지만, 정부 역시 유치전의 중요한 다른 축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어쨌든 공은 박 시장에게 넘어 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지금부터 내년 5월까지 170개 BIE 회원국에 민관 합동 유치단을 파견해 부산의 장점 홍보에 본격 나서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 임기와 겹치는 시기다.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에게도 무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듬해인 2023년 개최국이 결정되기는 하나, 박 시장 임기 1년 여의 성과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진척 상황에 여러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과거 탓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래서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지난 7년과 앞으로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