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수조 원대 미술품 기부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관 건립을 지시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 또한 대단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일부 기부가 이루어지고도 아직 너무나 많은 수의 작품들이 국민에게 전시될 곳을 찾아 대기하고 있다. 발 빠른 지자체장들은 앞다투어 자신이 섬기는 도시에 이를 유치하고자 로비에 힘을 쏟고 있다. 선제적으로 박형준 부산시장은 서울에 치우친 문화 인프라의 심각한 불균형과 부산의 문화콘텐츠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부산에 국립미술관을 건립하자고 주장했다. 상당히 시의적절하고 일리 있는 주장이라 생각하며 약간의 수정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부산이 이미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 개선하자는 안으로 부산시 대연동 유엔공원 옆에 소재한 부산박물관의 리모델링이다. 왜 이곳이 최적지가 될 수 있는지 이유를 생각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인류애의 차원에서 UN이 갖는 상징성을 주목한다. 세계 평화와 공존을 위해 창립된 유엔은 세계인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한국전 당시 유엔군의 많은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공원의 바로 옆에 부산박물관이 현재 소재한다. 외국인들이 접하는 여행 서적에 유엔공원은 방문해야 할 장소로 추천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이 갖는 이타적 상징성과 한국인들이 오랜 시간 축적한 문화유산은 인류애라는 공익적 통합의 연결고리 안에 함께 묶여질 수 있다. 즉 부산이란 도시의 범위를 넘어 인류를 사랑하는 차원에서 우리의 축적된 문화콘텐츠를 유엔공원 옆 박물관에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세계 관광객들의 주목을 자연스럽게 끌면서 숭고한 상징성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음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이 서울로,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부산은 제2도시로서 동남권 메가시티 논의에서도 지정학적 꼭짓점으로 가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도시이다. 동남권 경제의 축인 이곳에 삼성이 기부한 미술품들을 전시하게 된다면 이는 지역 경제권역의 활성화 및 국가 균형 발전을 이끄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즉 그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는 단순히 한 도시의 이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남권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부산은 국제영화제 부산광고제 지스타 등 수많은 문화콘텐츠가 모이고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문화콘텐츠의 핵심 요소인 미술품들의 획기적 확충은 문화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크게 업그레이드시키고 중장기적으로 확고하고 일관성 있게 브랜드화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격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영화제 광고제 게임의 지스타가 열리는 해운대 센텀시티, 불꽃축제라는 국제 이벤트가 열리는 광안리, 최신의 건축 기술로 리모델링된 국제적 미술관이 소재하는 대연동의 해안선 관광벨트가 문화 성지 순례길로 공고히 자리매김하는 상상을 하면 부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뛴다.
마지막으로 행정적 차원에서도 리모델링은 혜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건립은 분명히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지자체가 앞다투어 제시한 신설보다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지 않을까? 필자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건립 비용 등을 잘 모르지만 기존 부산박물관의 리모델링 및 증축에 이은 새로운 명칭의 부여가 우리의 세금을 아끼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이름은 가칭 ‘국립 UN-삼성 문화박물관’이 어떨까 싶다. 현재는 시의 차원이지만 국가의 시설로 격상하여 관리하고, 세계인을 대상으로 공간과 콘텐츠의 인류애적 상징성을 함께 공유하며,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의 기부 또한 함께 알리는 3자 윈윈의 이름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가? 이러한 범세계적 공익, 균형 발전의 국익, 문화도시 브랜딩, 그리고 행정 비용 효율의 이유들을 생각하면서 부산시와 정부가 고민하고, 이를 추진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기원한다.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