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부는 악기 중 원주형처럼 생긴 부는 악기를 통틀어 나팔이라 부르고, 원통형으로 생긴 악기를 피리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전통악기 중 나팔처럼 생긴 태평소는 중국 인도 이란 우즈베키스탄, 그리스 등 많은 나라에 그 생김새가 비슷한 악기들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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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연주에 특화된 악기 태평소 . 소리연구회 소리숲 제공 |
19세기 말 비서구권 음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생겨난 종족음악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한 민족의 음악을 역사와 문화 다른 민족과의 음악적 연관성과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악기 중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악기가 존재하기도 하는데 바로 태평소가 그런 악기라 할 수 있다.
태평소는 호적, 날라리, 쇄납 또는 새납 등으로 불렸다. 태평소가 고려말기 원나라에서 전해지며 호적(胡笛), 즉 오랑캐의 피리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유는 중국의 악기가 아닌 변방의 이민족에서 유래된 악기였기 때문이었다. 태평소의 모체인 수르나이(surnai) 또는 주르나(zurna)로 불린 중동의 아랍지역 악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된 것이다.
중국은 이 악기를 ‘쇄납(鎖納)’이라 쓰고 ‘쏘나(sorna)’라고 발음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쇄납 또는 새납이라고 불렀다. 아시아 전역을 포함한 인근 국가에서는 주르나(zurna), 스르나(srnay), 주르나스(zournas), 소리나(sorna), 수르나이(surnai) 등 다양하게 불려졌다. 수르나이 또는 주르나의 악기명칭의 어원은 이란어로 주르(zur)는 강한 힘, 소르(sor)는 축제, 나(na) 또는 나이(nay, nai)는 관악기를 지칭한다. 즉, 수르나이는 음량이 큰 축제에 사용되었던 관악기로 짐작할 수 있는데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 분포되어 있는 수많은 태평소와 사촌격인 악기들의 음색과 음량은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는 강한 힘을 가진 악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태평소는 야외연주에 특화된 악기로 조선시대에는 왕의 행차나 일본 통신사 행렬 등의 공식석상에서 권위의 상징으로, 용맹한 기상을 높이는 군대음악 대취타로, 그리고 민간에서는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풍물패 신명의 악기로 다양하게 연주되며 오늘날까지 전승의 맥을 지속해온 악기다.
오랜 시간 육로로 전해진 나라 간의 음악 교류는 광범위한 지역에 정착하여 다양한 음악적 특색을 지니며 존재하고 있다.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 요요마는 ‘우린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모토아래 한국을 포함한 과거 실크로드 지역의 20여 개 나라의 전통음악 연주자와 실크로드 앙상블을 결성하여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하나의 악기에 담긴 수많은 연결고리는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세계의 음악과 만나고 있다.
코로나의 장기화가 해를 넘어가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북적이는 축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의 종식을 알리는 시원하고 당찬 태평소 소리가 방방곡곡 널리 퍼지기를 희망해본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