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매력 덩어리다. 친환경성과 정직성 평등성 경제성 건강지향성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들만큼 장점이 많다. 많은 ‘자전거 덕후’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자전거”라고 강변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 중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정직성과 공정함이다. 스스로 힘을 쓰지 않으면 결코 나아가지 못한다. 가만 있으면 쓰러진다. 특권은 없다. 운전기사가 대신 몰아줄 수 없다. 그래서 정치 영역에서는 특권 거부와 검소함, 발랄함의 상징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자전거 탄 출근 풍경’이 관심을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준석 현상’이라고까지 불리는 정치계 ‘청년 바람’의 상징 인물이 된 36세 야당 대표의 출근 모습으로는 이보다 나은 장면이 있겠나 싶다. 일제히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한 언론도 칭찬 일색이다. 혹자는 ‘파격’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자전거 탄 이 대표를 보면서 떠오른 두 개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2016년 4월 19대 총선을 전후해 국내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 북유럽 국가의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의 백팩과 자전거 출근은 자연스런 일상이었다. 또 다른 장면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인 1998년 초 당시 이영근 부산 남구청장의 ‘티코 출퇴근 풍경’이다. ‘백팩+자전거 출근’은 당시 보도 이후 특권을 내려놓은 정치인의 상징적 이미지가 됐다. 이 대표의 모습에서 덴마크, 스웨덴의 의원들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모방의 정치’라고 오해를 받는 것은 막 만개하려는 청년정치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대표 수락연설에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라는, 유명 가요의 구절을 패러디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비유와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정치를 그렇게만 할 수는 없다. 정치는 절박한 삶의 영역이다. 정치인은 비전을 담은 독창적이고 진정성 있는 언어와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 기본 안전장비인 ‘헬멧’도 쓰지 않은 ‘자전거 출근 정치인’은 교육적으로도 나쁘다. “평소 자전거로 자주 출퇴근 한다”는 당 관계자의 귀띔이 사실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너무 바빠서 깜박했다”는 핑계라도 들었으면 싶다.
모방의 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23년 전 금융위기 때 누구보다 먼저 그랜저 관용차를 버리고 사비로 국민 경차 티코를 구입해 4년 넘게 타고 다녔던 당시 부산의 한 구청장보다 젊고 독창적이며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당시 이 구청장의 나이는 60세였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