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의 ‘안단테 페스티보’가 필하모니 감상클럽 6월의 첫 주 오프닝곡으로 잔잔히 흐른다. 짙은 노스탤지어의 정서가 비오는 날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네메 예르비가 지휘하는 고텐부르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오늘따라 더욱 돋보인다. 원곡은 현악 4중주곡이었으나 요즈음엔 현악 오케스트라와 팀파니를 위해 편곡한 곡으로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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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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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우중충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스’를 빼놓을 수 없다. ‘보칼리스’는 역시 소프라노 안나 모포와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가 지휘하는 아메리칸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최고의 명반이라 생각한다. 템포도 빠르지 않고 깊이 있고 유려한 음색 또한 일품이다. ‘보칼리스’의 여운을 깨뜨리지 않고 좀 더 절제된 음악세계로의 몰입을 원한다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 2번을 골라본다. 오늘은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가 서방세계로 망명하기 바로 전 해 1973년에 녹음한 LP음반을 선택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실내악 연주자로서 그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희귀 음반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CD는 구하질 못했다)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앙상블을 이루는 피아니스트 피벨 세레브리야코프와 바이올리스트 미하일 바이만의 연주 또한 대가다운 전설적인 명 연주로 아날로그 특유의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는 두 곡이 있는데 두 곡 다 엘레지(슬픔의 3중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특히 오늘 듣는 2번 D단조는 라흐마니노프가 정신적 지주로 생각했던 차이콥스키의 죽음(1893년)을 애도하고 추모하며 쓴 곡으로 혼신을 다해 작곡한 슬픔의 비가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곡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중에서 2악장이다. 필자가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다. 그 당시 필자가 자주 들었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비롯해서 가끔 듣던 몇몇 실내악곡들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피아노 협주곡 2번 중 2악장이라 말할 수 있다.
오늘 감상시간 마지막 곡으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일명 ‘비창’이다. “그지없이 암울한 시대에는 오직 예술만이 무겁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차이콥스키의 말이 고스란히 담긴 명곡 중의 명곡이라 할 수 있다. 근간에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녹음한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음반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필자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985년 녹음을 최고로 친다. 쿠렌치스의 음반은 이전의 ‘비창’의 연주와는 다른 새로운 해석으로 젊은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비창교향곡을 7번이나 녹음한 카라얀의 마지막 녹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노을이 바다에 빠져 침몰할 것 같은 애절함이 푸른 눈의 미녀 매킨토시 파워앰프와 오디오 리서치 프리엠프, 그리고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사운드에 빠져들 즈음 어느덧 2시간의 감상 시간도 물 흐르듯 지나간다. 2021 년6월 어느 날 필하모니에서….
필하모니 대표·음악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