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은 전년도의 골 중에서 최고의 골을 선정해 시상한다. ‘FIFA 푸슈카시상’. 1950년대 세계 최강 헝가리 대표팀의 ‘골잡이’ 푸슈카시 페렌츠(1927~2006·Puskas Ferenc)를 기렸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지난해 수상자로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이 선정되면서 잘 알려졌다. 축구 역사에서 명멸한 수많은 골잡이들 중에서도 FIFA가 최고의 골에 수여하는 상에 푸슈카시의 이름을 붙인 것만 봐도 그 존재감을 짐작할 만하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처녀 출전한 한국 대표팀에 0-9 참패를 안기면서 전반 12분 첫골을 넣은 헝가리의 선수도 푸슈카시였다.
푸슈카시의 이름은 경기장 명칭에도 붙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2019년 완공된 ‘푸슈카시 아레나’다. 관중석 규모는 6만9870석이다. 이 경기장은 건립 2년만에 한동안 회자될 이색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지난 11일 개막한 ‘유로 2020’를 통해 대회 유일의 100% 관중 경기를 벌인 축구장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헝가리 - 포르투갈 전과 19일 헝가리 - 프랑스 전이 만원 관중 아래에서 열렸다.
11개 국가의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사전에 각국의 관중석 운용 계획 신청을 받았는데, 헝가리만이 유일하게 100% 관중 입장 계획을 신청하고 승인받았다.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만원 홈 관중 응원에 힘입은 헝가리는 강적 프랑스와 1-1로 비기며 16강 진출의 불씨를 되살리기도 했다. 이 두 경기는 지난해 초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유럽에서 무관중 경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만원 관중을 채운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축구를 즐기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성인 백신 접종률 80%를 넘긴 영국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 확진자가 하루 1만 명 이상으로 폭증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 50%를 넘긴 유럽도 아직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유럽 축구장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 남미 대륙에서 연출되고 있는 것도 개운치 않다. ‘유로 2020’과 쌍벽을 이루는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가 14일 브라질에서 개막한 가운데 모든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다. 대회 개막 5일만인 19일 현재 양성 판정을 받은 각국 선수단 등 대회 관계자만 66명이나 되면서 대회 자체가 혼란에 빠졌다. 유럽과 남미 축구장의 정반대 풍경은 지구촌 국가들의 ‘백신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헝가리의 꽉 찬 축구장을 보며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