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에게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0-5 패배는 충격이었다. 차범근 감독이 즉각 경질될 정도였다. 1996년 아시안컵 8강 이란전 2-6 참패는 더욱 경악스러웠다. 박종환 감독이 옷을 벗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얼핏 보면 네덜란드전 참패는 이해할 만한 구석이 없지는 않았다. 당시 네덜란드는 반데사르, 베르캄프, 다비즈, 클루이베르트, 코쿠 등 스타들이 즐비한 역대 최강팀이었다. 감독도 ‘항상 배고픈’ 거스 히딩크였다. 그에 반해 아시아권 팀인 이란전 참패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경기를 지배한 선수의 이름을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득점기계’ 알리 다에이(52). 그는 6골 중 4골을 혼자 뽑으며 한국팀의 혼을 뺐다. 이란은 여세를 몰아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에서는 아시안게임 2연패까지 이뤘다. 주인공은 물론 알리 다에이. 그리고 그는 최근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에게 동률을 허용하기 전까지 축구 A매치(국가대항전) 최다골의 주인공으로 군림했다. 1993년 파키스탄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뒤 37세이던 2006년 남아공월드컵 직후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기까지 149경기에서 109골을 터뜨렸다.
영원할 것 같던 알리 다에이의 대기록이 깨지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다. 호날두는 지난 24일 유로2020 조별리그 프랑스전에서 2골을 넣어 다에이와 동률을 이뤘다. 178경기 만의 기록이다. 어쩌면 28일 새벽 벨기에와의 16강 경기에서 지구인 최초로 110골 째를 넣을 수도 있다. 다에이는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호날두에게 미리 축하인사를 건네며 “전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한국 팬들은 다에이의 이런 표현에 수긍할 수 없다. 2019년 7월 그의 소속팀 유벤투스가 K-리그 올스타팀 친선경기를 위해 방한했을 당시 발생한 ‘호날두 노쇼’ 사태 여파 때문이다. 최고 40만 원에 표를 산 6만여 팬들의 기대와 달리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우리 법원은 지난 9일과 18일 잇따라 주최 업체측에게 관객들의 입장권 금액 5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호날두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긴 힘들다. 하지만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스타이자 ‘진정한 프로’라면 한국팬들에게 적어도 유감의 뜻 정도는 밝혔어야 되지 않을까. 대기록을 앞둔 그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