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그 많던 ‘다이아찡’은 어디 갔을까? /박지욱

  • 박지욱
  •  |   입력 : 2021-07-12 20:09:3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려서 개구쟁이였던 나는 걸핏하면 여기저기 다치고 곪기 일쑤였다. 살이 벗겨지면 빨간약(머큐로크롬)를 발랐고, 그 자리가 곪으면 부모님께서 손으로 짜셨다. 희누른 고름과 알갱이 같은 심지가 빠지고 구멍이 휑하니 뚫리고 그 자리에 ‘다이아찡’ 가루약이 뿌려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림= 서상균 기자
다이아찡의 정확한 이름은 설파다이아진으로 설파계 항생제다. 우리가 페니실린 하면 자연히 플레밍을 떠올리지만, 설파의 아버지인 도마크는 잘 모르는 것 같아 오늘 소개한다.

독일사람인 게르하르트 도마크(Gerhard Domagk: 1895~1964)는 대학생 때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애국심에 들떠 자원 입대했다. 동부전선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는데 군의관이 제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수술 자리에 감염이 생기면 부상병들 대부분은 목숨을 잃는 상황을 무력하게 지켜보았다. 도마크는 그때 감염병 치료를 필생의 목표로 정한다.

의사가 된 후 제약회사에 입사해 감염병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 도마크는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1932년에 감염병 치료제인 프론토질을 개발한다. 페니실린 보다 앞서 나온 감염병 치료제였다. 효과는 놀라웠다. 백약이 무효였던 상처 감염이 기적처럼 나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으니. 도마크의 성공은 1939년 노벨상 수상자로 지명되어 보답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이 영예가 그에겐 가혹한 고통이 되었다. 당시에 히틀러는 반체제 인사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노벨위원회가 괘씸하여 모든 독일인에게 노벨상 수상을 금지했다. 그런데 도마크가 수상을 거부하는 편지를 망설이자 비밀경찰이 그를 끌어 가고 만다. 결국 수상 거절 편지에 강제로 서명하고 풀려나긴 했지만 이 일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는다.

그러는 사이 제2차 세계대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도마크는 부상병들이 현장에서 바로 상처에 뿌릴 수 있는 설파제 가루를 개발했다. 독일군은 물론이고 연합군도 비슷한 약을 썼다.

하지만 일본군에겐 설파제가 없었다. 일본군을 괴롭히는 세균성 이질에도 설파제가 잘 들어 이를 구하기 위한 일본군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심지어는 수용소에 갇혀 있는 연합군 포로들에게 원하는 물품과 설파를 맞바꿀 정도로 설파제에 지극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연합군 포로들은 가짜 약을 넘겨주어 일본군을 골탕 먹였다. 일본군들은 그 유명한 설파제가 왜 자기들에겐 안 듣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광복 후에 우리나라에도 설파제와 페니실린이 들어왔다. 미군 보급물자 형태로 들어왔던 약들이 대부분 그렇듯 암시장으로 흘러나와 비싸게 팔렸다. 하지만 언제나 공급이 부족해 일본 제약사가 만든 약들이 밀수로 암시장에서 유통된다. 이것이 ‘다이아찡’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인 1947년, 도마크는 노벨상 시상식에 초대되어 뒤늦게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페니실린 세상이었다. 설파계 약물은 3000~4000개나 나왔지만 그 무렵에는 내성 문제로 힘과 명성을 많이 잃었다. 1950년대에 ‘설파~’는 거의 다 퇴출되고 항생제 처방전은 ‘~실린’과 ‘~마이신’으로 채워졌다. 그렇다면 수많은 설파제는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졌을까? 아니다. 면역억제 환자들에게 생기는 희귀한 폐렴, 화상 크림, 비뇨기감염병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로 쓴다. 하지만 많은 양은 축산업계로 가는 듯하다.

지난해 연초에 심각한 문제가 되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V)으로 살처분 돼지들을 매장했던 곳에서 누출된 침출수에서 설파제를 비롯한 항생제들이 높은 농도로 검출된다고 한다. 인간 의료 현장에서 사라진 설파제가 지금도 꾸준히 생산되어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반갑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축산업계의 항생제 남용을 걱정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항생제 생산량의 4분의 3은 축산업계에서 쓴다고 한다. 가축 몸에 들어간 항생제는 결국 사람 몸 속에 들어오는데, 처방전에서는 퇴출된 설파제를 지금도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설파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 눈에 안 보일 뿐이다.

신경과전문의·메디컬티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8. 8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9. 9“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10. 10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5. 5‘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5. 5“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3. 3“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