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 기관 공무원에게 아파트를 특별공급(특공)하는 제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특혜로 변질된 까닭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5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사건이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기관이 아닌데도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건립했고, 결국 행정안전부 제동으로 이전이 무산돼 새 건물은 유령청사가 됐다. 그러나 관평원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이미 특공을 받았다. 분양가 2억~4억 원대이던 특공 아파트의 현재 실거래가는 7억~14억 원대다. 이렇게 손쉬운 로또가 또 있을까 싶다. 가뜩이나 부동산 문제로 들끓던 여론이 폭발한 건 당연한 일이다. 화들짝 놀란 당정청은 세종시 특공을 폐지했다.
지난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행복도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현황’을 보면 그 실태가 잘 드러난다. 조사대상은 세종시 특공에 당첨된 공무원 2만5852명이 분양받은 127개 단지 아파트다. 조사 결과 특공 아파트 시세는 호당 8억2000만 원으로 2010~2012년 평균 분양가 3억1000만 원에 비해 약 5억1000만 원씩 올랐다. 호당 시세 차액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무려 10억4000만 원이나 됐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로 강제 이전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공무원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특혜가 됐다고 경실련이 주장하는 이유다. 이러니 특공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도입된 특공은 이처럼 만신창이가 됐다. 세종시나 전국 혁신도시 등에 이전하는 기관 종사자들의 불만을 일부 해소하려는 제도의 취지는 문제 될 게 없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순기능으로만 작용했으면 좋았겠지만, 역기능 또한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국의 혁신도시에서 특공이 ‘집테크’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특공 제도를 개선했으나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5월 관평원 사태가 터지면서 세종시 특공은 전면 폐지되고 말았다. 경실련은 더 나아가 이처럼 문제가 많은 혁신도시 등 모든 공무원의 특공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지금과 같은 여론이라면 특공을 더 유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한들 제도에 허점이 있으면 개선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게 본말을 뒤바꾼다면 그건 옳지 않다. 당장 세종시 특공이 문제가 되자,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천명했고, 민주당 또한 지난해 7월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발표한 게 화근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이 이후 세종시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상승했으니 전혀 근거가 없진 않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이전 공무원에게 특공이 로또가 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벌써부터 ‘세종시 천도론’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호도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특공의 폐해를 일찌감치 손보지 못한 정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세종시 특공은 현 정부 부동산 실정의 한 단면일 뿐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을 세종시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 물론 제도적 허점과 이 같은 광풍을 악용한 공무원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불똥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논리로 확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편승해 엉뚱한 방향으로 사태를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특공 사태가 향후 이어질 제2 혁신도시 조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혁신도시 시즌2는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중 핵심이다. 아직까지 군불만 땔 뿐 추가 이전 공공기관 등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현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마당에 특공 불똥까지 튀었으니 더욱 움츠러들 공산이 없지 않다. 이번 사태의 추이를 부산 등 지방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여라도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또 다시 의심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경실련이 요구한 것처럼 혁신도시 등 모든 공무원에 대한 특공 폐지 여부를 두고 앞으로 다양한 논의가 있을 터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도 자체의 취지다. 특공이 특혜로 변질된 경위를 따지고 개선책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만큼은 훼손돼선 곤란하다. 비록 일부 폐해가 불거지고 수도권이 집요하게 발목을 잡고 있더라도, 혁신도시 시즌 1 등 노무현 정부 이후 국가균형발전의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이번 특공 사태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으로 번지는 일만은 결코 없어야 한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