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말 부산문화회관에서 피리독주회(사진)를 개최했다. 서양음악 작곡가들이 한국음악을 모티브로 작곡한 곡을 피리와 서양 클래식 악기로 함께 연주한 이른바 현대음악(Contemporary Music)을 선보였다. 이 날 초연했던 곡 중에는 연주자들이 무대를 이동하며 연주를 하거나, 피아노의 현을 퉁기거나 긁어내리고, 페달만 밟아 울림이 유지되는 피아노 속에 클라리넷 악기를 넣고 연주를 하는 등 새로운 음향 변화를 주는 곡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공연이 끝난 후 이런 곡들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악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새롭게 창작된 곡을 국악기로 연주할 경우 서양 오선보를 사용한다.
지금도 상용되는 우리나라 전통 기보법으로는 정간보(井間譜)와 율자보(律字譜) 그리고 육보(肉譜)가 있다. 정간보는 세종대왕이 창안한 박자와 음정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有量樂譜)로 우물 정(井)자 모양이 이어진 세로 원고지 모양의 악보이며, 정악(正樂) 연주에 사용된다. 율자보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계이름인 12율명의 첫 자만을 따서 기보하는 문자보로 음의 높이와 의미를 중시한 궁중음악인 아악(雅樂)을 기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육보는 악기 소리를 흉내 낸 그 소리를 기록한 구음보(口音譜)로 악기마다 다른 구음이 존재한다. 장구 소리를 흉내 낸 구음인 ‘덩 기덕 쿵 더러러러’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구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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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음악의 기보법 역시 수 세기를 걸쳐 수정 보완되는 기간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표준화 된 오선보의 기보법 체계는 20세기에 들어서며 정통 클래식 음악에서 사용되지 않던 소리들을 자신만의 기보법으로 접목시킨 새로운 기보법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중심에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겐 음악제에서 초연된 ‘예악’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으며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펼친 윤이상이 있었다. 기존 서양의 클래식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향기법을 서양 현악기와 관악기를 통해 한국의 악기 음색과 표현력 그리고 미분음과 다양한 농음(흔드는 음)을 아주 자세하고 복잡하게 악보를 통해 동양적인 분위기의 음향을 서양의 음악언어로 구현해낸 것이다. 실제로 1971년에 작곡된 ‘Piri’라는 곡은 국악기 피리를 위한 독주곡이 아닌 오보에 독주곡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국악기와 서양 클래식악기가 함께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융합장르의 경우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통음악의 기보법과 서양의 기보법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음을 약간 올리고 내리는 미분음을 지칭하거나 비브라토의 폭과 빠르기와 다양한 표기에 대한 요소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서양 오선보에 어떻게 표기를 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과, 연주자들 모두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악보표기와 기보법 체계의 표준화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