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Pinocchio)는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가 1883년에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1940년 미국의 디즈니 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는 설정으로 유명하다. 2014년 방영된 국내 TV 드라마 ‘피노키오’는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진실을 찾으려 분투하는 청춘물이다.
여주인공은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는 대신 ‘딸꾹질’을 하는 특이 체질이다. 이른바 ‘피노키오 증후군’. 하지만 이 증후군은 드라마 속 설정일 뿐, 실제 이런 병은 없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면 귓볼이 붉어지는 등 미세한 신체적 변화를 보이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증상들을 넓은 의미의 ‘피노키오 증후군’ 범주로 보는 경향은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딸꾹질 입원’ 소식이 관심을 끌었다. “혹시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의혹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열흘간 딸꾹질이 멈추지 않자 상파울루의 한 병원에 입원해 긴급수술을 위한 검사를 받고 있다. 병실에 누운 사진까지 SNS에 올린 그는 2018년 피습사건 탓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9월 대선 당시 유세 도중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리면서 장기손상과 출혈이 발생해 수술을 받고 회복한 바 있으니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석연찮아 보이는 이유는 ‘딸꾹질 입원’이 최근 그를 둘러싼 최악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이 넘는 등 팬데믹 대응 무능력을 드러내면서 대도시 곳곳에서는 탄핵 요구 시위가 잇따랐다. 사법당국은 백신 도입 과정의 부패 혐의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그는 결백을 주장한다. 그의 딸꾹질이 거짓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년 대선 재도전을 앞두고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국민의 동정심에 호소할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브라질의 상황이 우리 정치판에 시사하는 바도 작지 않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각 후보들은 바야흐로 검증의 시간을 통과하는 중이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과정이다. 모든 후보가 드라마 주인공처럼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졌다면 유권자는 참 편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방법은 하나 뿐이다. 유권자 스스로 혜안을 갖도록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비록 귀찮더라도 민주주의란 원래 고단한 것, 어쩔 도리가 없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