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의 ‘27’ /김광석

  • 김광석 부산대 교수
  •  |   입력 : 2021-08-09 19:52:5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이는 다가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나이만큼 손가락을 펼쳐 수를 익힌다. 처음 마주하는 수는 대부분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하나 차츰 열 손가락이 필요한 수도 경험하게 된다. 이 무렵 아이에게 두 손은 분리된 세상이고 열 손가락을 넘어선 수는 감당하기 힘든 우주 밖이다. 그러므로 다섯 밤을 자고 찾아온 여섯 살 생일날, 친구와 가족에게서 받은 열 개가 넘는 선물은 가늠할 수 없는 행복이다. 십진법은 그렇게 열 개의 손가락으로부터 생겨났다.

1부터 10까지를 표현하는 다양한 기호가 등장했고 마지막 10은 새로운 하나가 되었다. 만약 1부터 9까지를 줄기(∫)의 개수로 나타내고 10을 꽃 한 송이()로 표현한다면 20은 두 송이의 꽃()이 필요하고 99의 표기는 9개의 과 9개의 ∫을 사용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된다. 결국 백, 천, 만 같은 큰 수는 달(), 태양(), 별(★) 같은 다른 모양의 기호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모양이 다른 기호들 사이의 개연성은 미흡하다. 가령, 별(★)이 태양()보다 멀리 있어서 큰 수라 생각할 수 있지만 눈부심 정도로 치자면 태양이 우세하다.

반면 ‘없음’의 상태를 표기하는 것과 ‘자릿수’에 대한 개념을 사용하면 큰 수도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너무도 익숙한 인도-아라비아 방식의 표기 ‘10’을 보자. ‘9’는 한 개의 자릿수를 차지하지만 ‘10’은 머물던 첫 번째 자리를 비우고 다음 자리의 새로운 하나로 변신한다. 결과적으로 (100), (1000), ★(10000)과 같이 이질적인 상형 기호들의 큰 수를 ‘없음’의 0과 ‘있음’의 1로 일관성 있게 아우를 수 있다.

대화하는 동안 손가락이 쉽게 눈에 띄기는 하지만 발가락 수를 합쳐도 열 개다. 맨발이 일상인 원시 사회에서는 손가락과 발가락 수를 모두 합친 20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였을 것이다. 프랑스어는 80을 4×20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89는 4×20+9이고 99는 4×20+19다. 이렇게 20을 기본 단위로 수를 세는 방식은 다양한 고대 유럽어와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 중남미 원주민의 언어 속에서도 발견된다. 순우리말에는 열(10¹), 온(10²), 즈믄(10³), 골(10⁴)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만 마야인들은 20진법의 자릿수에 해당하는 kal(20¹), bak(20²), pic(20³), calab(20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북미 인디언 중에는 인간을 20으로 보는 부족도 있다. 10진법의 수가 양손이 만들어 낸 우주라면 20진법의 수는 손발이 만들어 낸 우주인 셈이다.

반면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은 27이라는 차별화된 기준을 사용한다. 왼손 새끼손가락부터 엄지까지 차례대로 1부터 5까지를 대응시킨 다음 왼쪽 손목(6), 왼쪽 아래팔뚝(7), 왼쪽 팔꿈치(8), 왼쪽 위팔뚝(9)을 지나 왼쪽 어깨(10)에 도달한다. 이후 왼쪽 목(11), 왼쪽 귀(12), 왼쪽 눈(13)을 지나 신체의 중심인 코(14)를 기점으로 각각의 왼쪽 부위의 오른쪽 대칭 지점을 따라가며 27의 오른손 새끼손가락까지 도달한다. 이렇게 몸의 다양한 부위를 만져 표현하는 그들에게 수는 현대인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준다. 예를 들어 “오늘 물고기 몇 마리 잡았느냐”는 질문에 왼쪽 귀를 만지며 12라는 수를 알려줄 수도 있지만 “왼쪽 귀만큼 많은 물고기”라는 독특한 비유도 가능하게 한다. 수비주의적 문명인들에게 12개월로 구성된 1년이라는 시간은 12개의 음이 만든 12개의 조(key)처럼 12개의 별자리와 12종류의 동물을 거쳐 회귀하는 반면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에게 삶은 27을 기준으로 순환한다. 이를테면 세월이 몸을 타고 한 번 순환하면 청춘(27)이 지나가고 두 번의 회귀(54)로 노년이 다가온다.

아마도 문어나 닭이 지배하는 외계행성에서는 8진법을 사용하고 고양이 왕국에서는 4진법이나 18진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전류의 on/off가 신호인 전자기계는 2진법을 사용하고 컴퓨터는 16진법의 수로 정보를 처리한다. 세상의 모든 사건을 수로 정보화하는 첨단 시대에 걸맞게 신체 부위를 이용한 자신만의 N진법으로 지난 시간을 새롭게 정돈해 보면 어떨까?

부산대 교수·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감성물리’ 저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여당 시의원들 이재명 지지선언 불발…‘원팀’ 만만찮네
  2. 2부산도시공사 등 市 산하 5곳 출자·출연기관장 선임
  3. 3서면삼익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동원개발-GS건설 대결
  4. 4‘차량 쌩쌩’ 12차로…육교 원하는 주민, 난색 표하는 강서구
  5. 5재건축 기대감이 올린 해운대구 아파트값…1년간 46%↑
  6. 6부산 스쿨존 ‘잠깐 정차’도 안된다
  7. 7‘퀸’들이 돌아왔다…가을안방 대전
  8. 8수소차 달리는데…인프라 확충은 ‘브레이크’
  9. 9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카운트다운만 남았다
  10. 10근교산&그너머 <1250> 청송 신성계곡 녹색길
  1. 1부산 여당 시의원들 이재명 지지선언 불발…‘원팀’ 만만찮네
  2. 2윤석열 해명 과정서 또 전두환 두둔 논란
  3. 3TK 집결한 국힘 후보 4인방, 원팀으로 뭉쳐 이재명 때리기
  4. 4이재명 때리고 박정희 찬양하고…야당 후보 보수심장 TK 구애 작전
  5. 5[국감 현장] 대장동 환수조항 누락…야권 “의도적 삭제” 이재명 “보고 못 받아”
  6. 6[국감 현장] 부산대 “사범대, 교대 이전 추진”…조민 보고서는 공개 거부
  7. 7읍·면·동 소멸위험지역 비율…부산 48.3% 서울 3.3%
  8. 8여당, 부산저축은행·엘시티 소환…‘대장동 맞불’ 효과는 글쎄
  9. 9이전기관도 아닌데…해양진흥공사 5명 중 1명 사택 제공
  10. 10“호남서도 전두환 정치는 잘했다고 해” 윤석열 또 설화
  1. 1서면삼익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동원개발-GS건설 대결
  2. 2재건축 기대감이 올린 해운대구 아파트값…1년간 46%↑
  3. 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카운트다운만 남았다
  4. 4여당 “엘시티 부지매각 수익 3억뿐” 도시공사 “당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장동 개발과 달라”
  5. 5부울경 기업 항공기술의 집약체로, 한국 우주 개척 첫발
  6. 6쌍용차 새 주인 후보에 경남 함양 에디슨모터스
  7. 7부산시 2조 투입해 바이오헬스산업 집중 육성
  8. 8일상 회복 기대감 타고, 나들이 품목 잘 나간다
  9. 9홍남기 “유류세 인하 내부 검토”…이르면 26일 발표 전망
  10. 10지방은행 ‘전금법 개정안’ 철회 촉구
  1. 1부산도시공사 등 市 산하 5곳 출자·출연기관장 선임
  2. 2‘차량 쌩쌩’ 12차로…육교 원하는 주민, 난색 표하는 강서구
  3. 3부산 스쿨존 ‘잠깐 정차’도 안된다
  4. 4수소차 달리는데…인프라 확충은 ‘브레이크’
  5. 5주차 시비 붙은 상대방 차에 매달고 달린 50대
  6. 6민주노총, 전국 14곳서 총파업대회…부산 1500여 명(경찰 추산) “불평등 철폐” 촉구
  7. 7코로나로 부산 헌혈자 팍 줄었는데…부산시 조례 예우규정 명시 6년째 뒷짐
  8. 8오늘의 날씨- 2021년 10월 21일
  9. 9학교 급식 종사자도 파업 동참…빵 등 대체식 제공
  10. 10독도 해상서 선박 전복…해경, 선원 9명 수색작업
  1. 1LPGA 한국 200승 역사 쓸까…기장서 별들의 샷
  2. 2메시, 이적 후 첫 멀티골…PSG 구했다
  3. 3황선홍호, U-23 아시안컵 예선 위해 출국
  4. 4밀워키, 개막전서 우승후보 브루클린 제압
  5. 5프로구단-지역 상생 리스타트 <3> 지역과 협업 시즌2 시작해야
  6. 6“부산 스포츠 산업화, 구장은 짓고 규제 허물어야 가능”
  7. 7LPGA BMW 챔스 21일 개막…선수단 호텔 격리 시작
  8. 8아이파크 안병준, 초대 ‘정용환상’ 수상
  9. 9아이파크, 개성고 이태민 품었다
  10. 10BNK 썸 박정은 감독 “우승하면 팬과 캠핑 떠나겠다”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대선주자를 만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文정부 탈원전 정책 손볼 것…원전 밀집 PK 피해는 보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월드시티 부산을 향한 대항해 /조유장
미세플라스틱 위협에 선도적 대처를 /박한배
기명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일본, 대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 같은 선거토론 회피 모의…‘제2 김대근’ 다신 없어야 /임동우
일본 군국주의 살풀이로 전락한 올림픽 /권용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수신(修身)을 위한 음악 선비음악
판소리 공연의 매력
도청도설 [전체보기]
국산 로켓 누리호
억새의 계절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한국 ‘어묵탕’과 일본 ‘오뎅’의 차이
감칠맛이라는 배후세력
사설 [전체보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 전국민적 열기 절실하다
아파트 경비원에 갑질 땐 과태료…처우 개선 계기되길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캐스퍼의 질주와 상생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오월의 노래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와인의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불이선란’의 인장
임희지의 ‘난초’
  • 맘 편한 부산
  • 2021조선해양국제컨퍼런스
  • 제10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