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자동차가, 20세기에 인터넷이 나왔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미래학자 돈 탭스콧의 이야기이다.
그는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1995년에 이미 “인터넷은 전통적인 제품 생산과 마케팅 방식을 모두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도 25년까지 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시스템에 저장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블록체인 기술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부산은 2019년 7월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았다. 첫해 우수로 평가받았던 특구 운영실적은 2년 차에는 보통으로 떨어졌고 시민들이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통합서비스인 ‘B PASS’의 가입자는 3만여 명으로 시민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생활에서는 아직 블록체인을 체감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은 1959년,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월드와이드웹(www)은 1989년 등장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www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등장은 그 한참 뒤이다. 아마존은 1994년, 구글은 1998년, 페이스북은 2004년에 출범했다.
아직 진화 중인 블록체인에도 시간은 필요하다. 인프라적 성격의 블록체인도 인터넷처럼, 그 자체가 갖는 산업적 효과보다는 새로운 사업적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도로건설처럼 예산만 따온 뒤 건설사에 맡기는 아날로그적 마인드로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디지털 세상을 다루기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암호화폐없는 블록체인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전문가들도 문제이다. 그들은 2013년부터 전 세계에서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조달된 금액은 27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조 원에 이른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불거졌던 숱한 문제들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8년 신일광채그룹은 “112년 만에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된 150조 금괴를 싣고 있는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찾았다”면서 투자금 명목으로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해 89억 원을 모았다.
그들은 국내법을 피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코인을 팔았다. 당시 한 중앙 일간지도 이들의 보물선 금괴 인양 소식을 대서특필하기도 했었다.
그런 것이 바로 가장 나쁜 ICO의 전형이다. ICO 투자자는 해당 코인에 관한 백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허황된 정보로 백서를 써서 ‘먹튀’를 한 것이다. 모집 자금의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ICO 사업자도 거의 없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코인인 ‘알트코인’의 종류가 2만 개를 넘었다.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생기면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특정 코인들에 대해 무더기 상장 폐지를 하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최근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장은 “미국의 디지털 달러가 생긴다면 가상화폐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발행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검토 중이다.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장과 경로기록 관리의 신뢰성과 정보공유에 따른 투명성이다.
김영춘 해수부장관 시절 추진되어 세계적인 우수사례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부산항 물류 포털 시스템이 그렇다. 자칭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프라이빗 방식인 이 시스템에는 암호화폐가 필요하지 않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디지털 코인이나 거래소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처럼 기술적 특성을 활용한 사업 아이디어와 킬러 앱에 있다.
블록체인의 성공사례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NFT(대체불능토큰)이다. 인공지능과 대국한 이세돌의 기보도 NFT로 발행돼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미국 작가 비플의 작품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789억 원에 거래되었다. 부산 영화제도 영화의 펀딩과 제작 결제 홍보를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통합해 사용자의 이익창출과 소비자 주도형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그런 것이다. ‘돈 놓고 돈 먹는 사업’도 아니고 ‘건물’처럼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뉴런은 뇌의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이다. 뉴런들의 ‘자유로운 결합’을 통해 인간은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낸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클로스터도 그러기를 바란다. 데이터기반인 블록체인 클러스터는, 집적시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도적 혁신과 행정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전제로 해야만 비로소 성공이 가능하다.
부산대 석좌교수·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