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쏜 것은 군부 쿠데타 발발 9일째 나던 올해 2월 9일이었다. 탄환 중 한 발이 비폭력 시위에 나선 어느 젊은 여성의 머리에 맞았고, 그 여성은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았다. 스무살 생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쓰러진 ‘꽃 다운 청춘’. 그녀의 이름은 먀 뚜웨 뚜웨 카인. 차가운 병상에서 스무살 생일을 보낸 카인은 이틀 후인 13일 끝내 숨졌다. 그녀가 잠든 지 오늘로 정확히 반년이다.
조지훈 시인은 작품 ‘낙화’의 첫 머리에서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라고 노래했지만, 미얀마에 불어닥친 ‘칼 바람’은 가혹하기만 하다. 첫 희생자 카인 이후 떨어진 ‘민주주의의 꽃’은 그새 ‘965송이’까지 늘었다. 미얀마 인권단체 AAPP에 따르면 미얀마 최초 민주화운동으로 기록된 ‘8888 혁명’ 33주년 기념일인 지난 8일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959명이었는데, 이틀 후 6명이 추가됐다. 그런데 이들 6명의 죽음이 유독 미얀마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한 아파트를 군경이 습격했다. 이곳에는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6명의 청년이 머물고 있었다. 들이닥친 군경이 일행 중 1명을 사살하자 나머지 5명은 창문을 통해 십여m 아래로 몸을 던졌다. 날개도 없이 솟구쳐 올랐다가 떨어진 이들이 닿은 곳은 노란 해바라기 몇 송이 피어난 아파트 화단. 화단에는 이들의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사건 후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글과 그래픽이 SNS를 타고 지구촌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5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해바라기 꽃밭으로 떨어지는 그래픽, 5명이 활짝 웃으며 구름 위를 나는 그래픽 등 각양 각색이다. 누군가는 “군부의 노예로 살기보다는 자유를 택했다”고 적었다.
‘낙화’라는 제목의 시는 여럿 있지만, 조지훈의 작품 못지않게 널리 알려진 것이 이형기 시인의 작품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다. 죽음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미얀마 꽃들’의 뒷모습을 향해 인류애적 동질감과 비통함을 담아 이형기 시인의 ‘낙화’ 중 한 구절을 더한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할 때 //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 머지않아 열매 맺는 / 가을을 향하여 /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