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 일본 나오시마에는 ‘빈집 프로젝트’라는 사업이 있다. 빈집을 예술공간으로 개조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도시 재생사업의 일종이다. 항구에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있는 목욕탕부터 알록달록 재미있는 외관을 가졌다. 집마다 콘셉트도 뚜렷하다. 깜깜한 거실 바닥을 물로 채우고 수면에 조명이 반사되도록 만들어 명상의 공간 느낌을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2층 철골 주택 구석구석에 조각을 배치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한때 환경오염 등으로 사람이 떠나가는 불모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전세계에서 사람을 불러모으는 관광지가 됐다.
부산에는 빈집이 얼마나 될까. 통계청 국토교통부 부산시 등 자료를 취합하는 기관 혹은 빈집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최소 5000채, 최대 11만 채에 이른다. 전국 7대 광역시 중에서 부산이 단연 으뜸이다. 분포지역은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와 같은 원도심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산시 자료 기준으로 1~4위는 남구 부산진구 사하구 해운대구 순이다. 중구보다 오히려 금정구가 더 많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낳은 슬럼지대는 신도시건 구도심이건 가리지 않는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작은 석조 주택이 1유로(약 1400원)에 매물로 나왔다. 집을 오래 비워두느니 싸게라도 판매해 유령도시처럼 변해가는 마을을 되살려보려는 행정당국과 집주인의 고육지책이다. 이곳에만 이런 집이 100여채다. 작년 시칠리아 섬과 남부 일부 도시에서 시작된 ‘1유로 집 프로젝트’가 올해는 이탈리아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집값은 공짜나 다름없지만 대신 조건이 있다. 3년 안에 개조공사에 착수해야 하고 계약 위반에 대비해 보증금 5000유로(약 700만 원)를 선납해야 한다. 수리비를 합해 구입자 실부담이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지만 프랑스 미국 브라질 등 세계 각지에서 문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가주택 비율은 60%가 채 안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한쪽에서는 ‘영끌 대출’이라도 받아 집을 못 사서 안달이고, 다른 한쪽에선 사람이 없어 동네가 비어간다.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주거용으로 반값에 빌려주거나 예술창작·사업공간으로 임대하는 등 부산도 빈집을 활용한 도심 공동화 방지와 인구 유인책을 여럿 시행 중이긴 하다. 빈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 부산이라고 1000원짜리 주택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