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이야 했지만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 이상이다. 지난 6월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잡음이 심상찮다. ‘30대 대표’로 당은 물론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던 이준석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니 누가 대표이든 이런저런 삐걱거림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대로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다. 이 대표 체제 출범으로 모처럼 오른 당 지지율마저 까먹을 판국이다. 급기야 당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재등판 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두 달 남짓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논란의 시작은 취임 한 달가량 지나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부터다. 여야 모두의 비판이 잇따랐지만, 여기까지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는 젊은 대표의 특성이려니 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 대표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당내 반발로 번복됐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최근엔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녹취록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협상은 파트너인 안철수 대표를 줄곧 깎아내리다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좌충우돌 행보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갑작스레 대표에 오른 그 또한 앞길이 순탄하지 않으리라 예상했을 터이다. 이는 그의 대표 수락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 요컨대 30대 젊은 대표를 향한 당내의 불안한 시선들이 많겠지만, 치열한 논쟁을 통해 변화를 일궈내고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강한 다짐이다. 이 같은 당내 과제와 함께 정권 교체에 필요한 야권 통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른바 ‘비빔밥론’이다. 각 재료 특유의 느낌과 맛, 색채가 사라지지 않도록 고명을 갈지 않아야 제대로 된 비빔밥이라는 주장이다. 야권 통합을 위해서는 여러 후보들의 개성을 살려 공존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다.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이 지나쳤던 걸까. 지난 두 달여를 지나며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은 상당수 거친 비난으로 바뀌었다. 치열하고 생산적 논쟁보다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결과다. 자신은 그걸 내부 투쟁으로 보는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트러블 메이커가 돼버렸다. 대선을 앞두고 감독 역할에 충실해야 할 대표가 선수 이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니니 과시형 리더십을 통해 자기 정치를 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무산도 마찬가지다. 협상 상대를 두고 ‘안철수 대표의 과거 정치가 미숙했다’고 하는 등 통합 의지를 의심케 하는 언행이 잦았다. 과거야 어쨌든 각자의 개성을 살리고 공존을 강조한 ‘비빔밥론’은 사라졌다.
앞서도 언급했듯 사실 ‘이준석 리스크’는 일정 부분 예상이 되긴 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대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다. 당 대표 선거 때부터 중진들 위주로 이 같은 목소리가 컸지만 거센 세대 교체 돌풍에 묻혔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엔 혁신이 절실했고, 이 대표는 그런 국민적 지지를 업고 전대미문의 일을 이뤄냈다. 젊은 목소리를 대변하고 톡톡 튀며 일견 가볍다고 비판받는 언행까지도 오히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장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금은 당내에서 그를 대표로 뽑은 것은 오판이라는 소리가 거침없이 나온다. 장점이 지나쳐 리스크가 점점 커지다 보니 대선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불협화음을 오로지 이 대표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이 대표의 가벼운 언행이 ‘리스크’를 자초한 측면이 크긴 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사사건건 그를 흔들어대는 적지 않은 세력이 당내에 포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이 대표 당선 자체부터 불만이었던 마당에 내심 이를 반기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거기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저마다 각각의 노림수로 이 대표를 공격하고 있으니 갈등은 증폭되기만 한다. 윤 전 총장 입당 과정에서 불거진 ‘이준석 패싱’은 이런 당내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어쨌든 이 대표 체제 출범으로 당내에 불기 시작한 변화 바람은 사그러 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과거 지리멸렬하던 ‘웰빙 정당’으로 회귀하며 정권 교체의 꿈도 멀어질지 모른다. 공교롭게 여당 내부에서는 대선 후보간 이전투구가 벌어졌다. 이런 호기에도 민심은 국민의힘으로 향하지 않는다. 아무리 당내 반대 세력이 흔들더라도 일차적인 책임은 자기 정치에 치중한 이 대표 스스로에게 있다. 취임 두 달여만에 그는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스스로 일으킨 돌풍이 자칫 거센 역풍이 돼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