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판소리 공연의 매력

  •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
  •  |   입력 : 2021-08-24 19:03:2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주 필자는 의미 있는 연주회에 다녀왔다. 사흘간에 걸친 ‘소리광대’라는 판소리 완창무대가 그것인데 국립부산국악원의 판소리단원 전원이 하루씩 릴레이로 완창발표회를 한다는 것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 완창은 이야기 전편을 소리꾼 혼자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고수가 치는 장단에 맞춰 몇 시간을 불러야 하는 대장정의 무대로, 오랜 소리공력이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어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소리꾼 김미진 씨가 강정용 고수의 장단에 맞춰 유관순열사가를 부르는 모습. 국립부산국악원제공
필자는 3일 동안의 공연 중 첫째 날 소리꾼 김미진이 부르는 해방이후 근대창작판소리의 시초라 할 ‘유관순열사가’를 감상했다. 댕기머리를 땋은 소녀 유관순을 노래하는 소리꾼과 콧수염에 중절모를 쓴 고수의 모습은 흡사 구한말 극장식 공연장인 원각사에 앉아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분위기를 잘 연출한 무대였다.

소리꾼은 이야기의 대목이 시작될 때 먼저 소리를 내어주면 북을 치는 고수는 곧 그 대목에 맞는 장단을 받아 음악을 주고받으며 중심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소리꾼의 다양한 상대역 역할도 능숙하게 해낸다. 또한 고수는 관객의 호응도 유도하는 그야말로 판소리의 팔방미인인데 이러한 고수의 중요함을 일컫는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판소리 공연에서 극의 완성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관객이 아닐까 한다. 야외에서 불리며 관객을 웃고 울리던 전통사회의 판소리 전통이 지금의 공연장에도 남아 있는데, 이날 공연 전 나눠 준 작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있던 관객들은 소리꾼이 만세삼창을 외칠 때마다 함께 만세를 외치며 카타르시스를 만끽했다.

또한 소리꾼도 사람인 지라 소리를 하는 중에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어 가겠습니다’ 할 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고음을 지르는 순간 고수와 함께 ‘얼씨구’ 하는 추임새를 기막히게 넣어주며, 도쿄올림픽에서 김제덕 선수의 파이팅이 큰 울림이 되었듯 소리꾼은 그새 힘을 얻어 극을 이어감을 반복하며 완창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이러한 즉흥성과 현장감은 판소리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한다.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 중에 유네스코에서도 인정한 중국에 곤곡, 몽골에 흐미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판소리가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판소리 다섯 바탕 제목을 외며 책으로 배운 판소리가 아닌 우리 민족의 삶에서 빚어진 결정체가 사람의 목소리로 발현되는 무대를 직접 감상해본다면, 그 많은 사설 가사를 어떻게 외워서 하는지에 놀라고, 이야기 대목에 맞게 풀어내는 무궁무진한 소리 표현력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사람 목소리 하나로 좌중을 압도하는, 고도로 단련된 수준 높은 구전심수의 극치인 판소리 완창무대를 꼭 한 번은 관람해보시길 권해드린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광안대교 위 ‘인생샷’…함께 걸어 더 좋아요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술 없는 민락수변공원 아직도 논란…“문화 공연의 장” “전국적 명소 없애”
  3. 3임대료·빚에 허덕여…‘환갑의 사장님’들 노후자금 깬다
  4. 4‘영화 청년, 동호’ 칸서 기립박수
  5. 5[부산 법조 경찰 24시] 한동훈도 못 피한 부산고검행…좌천성 인사 수난史
  6. 6414일 만에 1군 복귀 롯데 이민석, 4회 교체 아쉬움
  7. 7“부산현안 골든타임…정교한 입법전략을”
  8. 8“지방 살릴 부산허브법·산업은행법…여야 합심 처리 기대”
  9. 9BIFF 향한 헌신에 칸 찬사…김동호 前 위원장도 끝내 눈물
  10. 10[서상균 그림창] 직구…견제구
  1. 1“부산현안 골든타임…정교한 입법전략을”
  2. 2“지방 살릴 부산허브법·산업은행법…여야 합심 처리 기대”
  3. 3“기회발전·교육 특구 성공하려면…강남 중심 사고 틀 깨야”
  4. 4“당정, 가덕 거점항공사 신속한 결정을”
  5. 5“지방시대 정책속도 기대 못 미쳐…조세권 과감한 이양을”
  6. 6부산발전 현안 놓고 1시간여 열띤 토론
  7. 7김 여사 5개월 만에 공개행보…尹, 리스크 정면돌파 의지?
  8. 8한동훈, 尹정책 첫 비판…전대 출마 포석?
  9. 989표 ‘반란표’에 신경 곤두선 민주…李 “당원 비중 더 강화”
  10. 10與, 文회고록 두고 “여전히 김정은 수석대변인”
  1. 1가덕신공항 공사 입찰, 지역기업 지분율 20% 땐 8점 가산
  2. 2K-금융허브 부산, 글로벌 세일즈…뉴욕서 해외투자 설명회
  3. 3피어엑스 “에어부산 로고 달고 e스포츠합니다”
  4. 4부산항대교뷰 하이엔드 아파트 견본주택 구경하세요
  5. 5성원하이텍, 친환경 흡음 천장재 개발
  6. 6‘안전인증 없는 제품 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종합)
  7. 7부동산 임대소득도 양극화…상위 0.1%, 서울 13억>부산 5억
  8. 8'불닭' 인기에…4월 K-라면 수출, 역대 첫 1억 달러 돌파
  9. 9정부 “재량지출 증가 억제”…지자체 내년 사업 어쩌나
  10. 10반도체 등 첨단산업 석박사 2000명 키운다…40개 대학 선정
  1. 1광안대교 위 ‘인생샷’…함께 걸어 더 좋아요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술 없는 민락수변공원 아직도 논란…“문화 공연의 장” “전국적 명소 없애”
  3. 3임대료·빚에 허덕여…‘환갑의 사장님’들 노후자금 깬다
  4. 4[부산 법조 경찰 24시] 한동훈도 못 피한 부산고검행…좌천성 인사 수난史
  5. 5오늘의 날씨- 2024년 5월 20일
  6. 6황령터널 내 신호수, 차에 치어 사망(종합)
  7. 7“개인회생 신청자 신속한 재기 지원방안 발굴 노력”
  8. 8[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8> 육서에서 삼서로 ; 상형 회의 형성
  9. 9시내버스 옆자리 승객 보며 음란행위 50대 벌금형
  10. 1020일 부산·울산·경남 맑고 포근…낮 최고 26∼32도
  1. 1414일 만에 1군 복귀 롯데 이민석, 4회 교체 아쉬움
  2. 2이마나가, ML 마운드 새 역사…9경기 무패 평균자책점 0.84
  3. 3레버쿠젠, 무패 우승 ‘트레블’ 신화 도전
  4. 4‘감동 드라마’ 파리 패럴림픽 D-100…韓, 보치아·사격 등 5개 종목 정조준
  5. 5올림픽 출전 앞둔 태권도 김유진, 亞선수권 3년 만에 ‘금빛 발차기’
  6. 6KCC 농구단이 원하면 뭐든지…市, 사직체육관 싹 뜯어고친다
  7. 7수영초 야구부, 대통령배 초대 챔피언 아깝게 놓쳤다
  8. 8‘10-10 클럽’ 도전 손흥민, 화려한 피날레 장식할까
  9. 9사브르 ‘뉴 어펜저스’ 3연속 올림픽 단체전 金 노린다
  10. 10‘축구 추락 책임론’ 정몽규 협회장, AFC 집행위원 선출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질병x’ 대유행 예방과 대응, 대만과 함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직구 금지 논란
김동호와 칸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부산이 ‘균형발전 열매’ 거둘 골든타임은 바로 올해다
‘영화 청년, 동호’ 칸서 기립박수…BIFF 재도약 계기로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사라지는 중간, 중산층을 위한 도시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특별한 장점과 잠재력 지닌 사람들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걷기축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