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다기 미그자라. 웬만해선 입에 익지 않고, 좀처럼 외워지지도 않는 이 낯선 말은 ‘삶은 계속된다’는 의미의 아프가니스탄 속담이다. 아프간 사람들이 이 말을 자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곳 출신 미국 소설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2003년)’를 통해서 였다. 같은 표현이라도 상황과 입장에 따라 의미가 사뭇 달라지듯, 아프간인들이 주문처럼 내뱉는 ‘삶은 계속된다’는 말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오랜 종족 분쟁과 내전, 외세의 침략과 항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폭압적 지배 등에 시달려온 이 나라 사람들의 절망과 희망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작가 호세이니는 이 표현 만큼이나 낯설기만 하던 아프가니스탄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린 인물이다.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천 개의 찬란한 태양(2007년)’, ‘그리고 산이 울렸다(2013년)’ 등 3편의 소설을 통해 아프간의 역사·환경·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80여 국가에서 4000만 부 이상을 판매했지만,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삶에 머무르지 않았다. 비참한 처지에 놓인 아프간 여성과 아이들에게 국제적 관심을 호소하는 NGO 활동가로 살아간다. 2006년부터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서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제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가 난민 구제사업에 헌신하는 것은 그 자신이 ‘정치적 난민’이었기 때문이다. 1965년 카불 출생인 호세이니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인 1980년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다. 당시 나이 15세였던 그는 미국에서 내과의사가 됐고 세계적 작가로까지 성장했다.
어제 작전명 ‘미라클(Miracle)’로 명명된 우리 정부의 군사작전에 따라 아프간 내 협력자와 가족 391명이 카불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 중 절반가량이 10세 이하이며, 영·유아가 60여 명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떠오른 이가 바로 작가 호세이니였다. 그의 소설 속 아프간 이야기에서 느꼈던 ‘가슴 메이는 먹먹함’과 낯선 이국 땅에 도착한 이 아이들이 앞으로 부닥칠 삶의 ‘막막함’이 묘하게 겹쳐진다. 그러나 이들의 삶도 어떻게든 계속될 것이다. 호세이니가 ‘연을 쫓는 아이’에서 “시작과 끝, 행과 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고 했듯이 말이다. 아프간 아이들이 다시 희망과 용기를 키워 훗날 호세이니 같은 인물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따뜻한 품이 그들의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젠다기 미그자라!”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