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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어나라 봄 /김명숙

  • 김명숙 큰나무심리연구소장
  •  |   입력 : 2021-08-26 20:09:5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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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명 이젠 집콕 고려해야’ 지난 12일 자 국제신문의 머리기사다. 하지만 집콕 대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든다. 머리를 단단히 묶고 운동화를 신으면 준비 완료다. 가자 봄을 위하여. 오늘은 백신센터봉사 가는 날. 오전 내내 백신 접종자들의 자동 혈압 측정기 사용을 돕는다.

오전 8시30분 시작. 첫날 예상치 못한 돌풍을 만난 듯 힘들었다. 접종자가 수백 명이니 계속 서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낀다. 솔직히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기로’ 했다. 자동측정을 돕고 기록하려면 거리두기는커녕 곁에 있어야 일이 된다. 일 마치고 다리가 후들거려 지하철 계단을 겨우 내려왔다. 2주 뒤에 다시 갈 때는 몸도 마음도 단단히 준비했다.

참여하던 첫날 나도 헤매고 종일 가동하던 혈압기는 과부하가 걸렸다. 코로나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다. 처음은 시행착오와 어울리는 단어다. 첫 날은 신발이 불편했고 다른 날은 새로 설치된 이동형 에어컨이 난감했다. 측정하는 야외는 더 시원했지만 어깨높이 바람에 머리가 날려 감당이 안됐다. 백신 접종은 바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질문지를 작성하고 혈압을 재측정하는 등 준비가 있다. 날은 덥고 기다림을 불평하는 이들이 가끔 있다. 접종자가 많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보다 더 빠를 순 없다. 천사의 선물인 느긋함과 여유가 필요하다.

집으로 오기까지 물 마시거나 화장실 갈 일도 별로 없다. 무엇보다 내가 쉬면 대기자도 기다려야 하니 쉽지 않다. 두어 시간 뒤 틈이 생겨도 물을 마시지 않는게 오히려 편하다. 땀에 장갑이 붙어 벗기 어렵고 다시 끼기도 마뜩찮다. 방역 복 벗기 번거로워 갈증도 화장실도 참는다는 의료진이 떠올랐다. 반나절도 이런데 그들은 어찌 했을꼬.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는 그들 앞에 힘들다 소리는 부끄럽다.

측정 중 더러 웃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은 활기차다. 혈압기에 팔을 쑥 더 넣으라는 말에 “쑤~욱!” 힘차게 외쳐 웃음을 준다. 다쳐서 목발을 짚고도 신나게 쑤욱 측정함이 유쾌하다. 측정 중에 게임을 하겠다는 철부지 여드름도 있다. 가방을 맡아 달라는 어떤 꾸러기. 학교도 안가는 날에 책가방을? 장난스런 되물음에 벌떡 가방 들고 일어선다. 그 모습에 웃다가 씁쓸함이 스멀거린다. 훨훨 날아야 할 청춘들이 보이지 않는 새장에 갇혔다. 넓은 세상 좁다는 듯 날아야 하는데 어찌 할거나.

일이 끝나고 장갑을 벗는다. 땀에 전 손끝이 오래 목욕한 것처럼 쭈글쭈글하다. 눌러 쓴 마스크 자국이 눈 밑에서 갈매기로 난다. 집에서 늦은 점심 앞두고 마음이 아리다. 고작 몇 시간도 고달픈데. 끝나는 날도 없이 열심인 사람들 생각에 먹먹하다. 뉴스에 보이던 코로나 사람들. 의외의 곳,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코로나 사람들을 보며 떠오르는 대사 하나.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은 모두 이름이 의병이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겠지만 다행히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그저 아무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싸우는 코로나 의병에게 온 마음 다하여 엎드리고 엎드린다. 지켜 주셔서 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친구는 만나지 않는다. 코로나를 겁내는 단절이 아니다. 방역을 돕고 승리를 위함이다. 이기려면 멈춰야 한다. 친구들이 묻는다. 어디가노? 이기러! 누군가는 해야 될 일. 다음 부름에도 신발 끈 조여 매리라. 언제든 전투 준비 완료. 피우자 봄. 피어나라 봄.

큰나무심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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