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요즘 제조공정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친숙한 기술이다. 그런데 3D프린팅의 정확한 공학적 전문용어(터미놀로지, terminology)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D프린팅의 공학적 용어는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AM)이다. 만약 처음에 3D프린팅이란 용어 대신 적층제조라는 용어가 일반인, 언론에 알려졌더라면 요즘처럼 3D프린팅이 친숙하고,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용되는 용어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금속제품을 볼 수 있다. 이들 금속에 힘을 주거나, 충격을 받으면 휘거나 찌그러지게 된다. 재료공학에선 이를 변형(deformation)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변형은 왜 일어나는가? 그 이유는 금속재료는 외부에서 힘을 받으면 내부에는 전위(dislocation)가 생성되고 이 전위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재료를 구성하는 원자층이 애벌레가 기어가듯 한 층씩 이동하는 현상이다. 재료공학에선 가장 중요한 현상이 전위현상이고, 전위는 금속변형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이다. 이를 이해하는 데는 최소한 한 학기의 집중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필자는 본격적인 재료공학을 배우는 대학교 2학년 한 학기 ‘전공용어’ 수업을 필수로 이수한 적이 있다. 전위는 재료공학에 가장 전문화된 용어라 타 전공자들도 이 단어를 알지 못한다. 일반인들에게 전위를 설명하려면 재료의 원자 배열부터 설명해야 한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한국연구재단 다(多)학제 간 융복합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다학제 간 과제이기에 다른 분야 연구자와 함께 수행해야 한다. 당시 나노 귀금속(금 백금 은) 분말의 생물학적, 특히 인체 반응 연구를 위해 생명바이오학부 교수와 같이 했다. 여기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생명바이오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재료공학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나노귀금속분말이 뼈 생성 조골세포(osteoblast)와 뼈 소멸 파골세포(osteoclast)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데 조골세포, 파골세포의 기작 등 생명바이오학부 교수가 사용하는 용어는 필자에게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계획서뿐만 아니라 논문이나 보고서를 쓸 때는 생명바이오 분야에 사용되는 용어를 공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요즘 기술 발달은 정말 새로운 용어를 알지 못하면 적응 자체를 할 수 없다. 10년 전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와이파이(Wifi)는 이제 일반용어가 되었고, 5G, 줌(ZOOM), QR 코드는 실생활에 들어와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메타버스(Metaverse)는 필자도 아직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곧 우리 사회는 메타버스에 존재할 것이라 하면서 일부 인터넷 회의도 이젠 메타버스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대선 주자들도 메타버스에서 대통령 출마 출정식을 열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 곧 우리는 소통하게 될 것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이에 따른 갈등이 생기게 된다.
사실 과학 분야에서 전공 분야가 다른 경우에 전문용어를 알지 못하면 정말 지식을 공유하기 힘들다. 요즘 새롭게 생활에 들어온 첨단 용어도 그 단어의 뜻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린 타인과의 소통에 상당한 어려움과 소통에 갈등을 겪게 된다. 사용 용어 자체가 다른 세대 간에는 용어 차이에서 오는 불통과 갈등도 상당하다. 점점 소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같은 용어와 단어를 씀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건과 사안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 불통에 의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용어의 문제가 아니고 서로의 생각 차이에서 발생한다. 단순히 서로의 용어만을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그 안에 숨어 있는 뜻을 이해해야 하기에 더욱 힘든 듯하다. 당연히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서로의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진정으로 소통이 되는 사회되었으면 한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