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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의 도시이야기]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 강동진 경성대학교 교수
  •  |   입력 : 2021-09-02 19:29: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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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순천사상의 자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은 영적 호흡인 기(氣)를 가지고 있어 자연의 형태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면 나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순천사상의 원리는 풍수지리라는 지리학적 사고로 전환되어 전통적인 정주환경 구성의 기본이 되었다.

선조들은 도시와 마을을 조영할 때 자연 그대로의 적응을 원칙으로 했지만, 풍수가 부족하거나 지나칠 경우 재난 방지의 차원에서 땅의 이용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보통 ‘비보’(裨補)와 ‘염승’(厭勝)이라는 이름으로 땅에 조작을 가하는 행위였다. 비보는 좋은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조작법이고, 염승은 강하고 나쁜 기운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선조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에서 마을 숲과 원림, 낮은 동산 등을 조성하여 비보와 염승을 적용했다.

풍요에 대한 끝없는 욕심으로 집적 이익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은 이를 가장 쉽게 추구할 수 있는 도시화를 이루어냈다.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모여 살다 보니 재난에 취약해졌고, 이를 더 세고 강한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려 한다. 그러나 애초에 재난을 피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을 택하지 않았기에,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기후변화의 후유증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의 최대 고민은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과 도시에 상응되는 공간이 없다는 것에 있다. 흔히들 기후변화시대의 생존 방식으로 ‘적응’과 ‘대응’을 얘기한다. 적절히 맞추어 살아가는 적응만으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고, 재난을 극복해 가는 적극적인 대응에는 사람의 생각 폭이 너무 좁아 보인다.

부산은 원전을 비롯한 여러 여건상 재난에 매우 민감해야 하는 도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산은 재난에 취약한 도시다. 그래서 여느 도시들보다 재난 대비에 초집중해야 하는 도시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연 그 준비에 얼마나 열의를 다하고 있는지.

지난 8월 초, 언론에 부산에 해상도시를 지을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보도를 접하면서 ‘궁극의 인류 삶을 위한 대안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300명을 위한 6000평의 해상도시? 당장 300만명을 위한 도시, 3000만 아니 6000만을 위한 국토의 미래가 간구돼야 하는 시점에 300명을 위한 해상도시라니. 물론 우리 돈이 들지 않는다는 조건이 혹하게 하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단기이익을 추종하는 소수를 위한 사업이지 않을까하는 의혹마저 들었다. 300명을 늘리고 늘려 3만 명이 된들 나머지 297만 명은 어떻게 되며, 수 십 개의 해상도시로 채워진 바다는 또 어떤 모습일까? 오히려 더 큰 화가 초래되진 않을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잘 살겠다는 일념으로 강가와 바닷가, 물이 모이는 농경지대, 지형이 발달한 고지대, 연약지반의 습지대 등에 닥치는 대로 손을 대고 있다. 얄팍한 명분과 근시안의 기술을 빌미로 원생의 자연을 깨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나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장 쉽고 빠른 개발 방식을 택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말이 있다. 자연에 맡겨 덧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자연의 원리를 살려 더 좋게 만들어 보자는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정이다. 전 세계에 밀어 닥치고 있는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하다. 지구환경의 생존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예상치 못하던 바람이 불고 비만 오면 곳곳이 터지고 넘친다. 우리도 조만간 뎅기모기들과 싸울 수 있고 수개월 내내 40도가 넘는 더위와 막을 수 없는 폭우와 사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무위자연에서 얘기하는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은 결코 자연을 넘어서고 이를 이기기 위한 적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 맞서 인공의 것을 아무리 쌓아 올리고 자연을 덮어본들, 파도를 막겠다고 바다 속에 벽을 쌓고, 산에 콘크리트를 쳐 본들 그 행위들은 결국 사상누각이 될 확률이 높다.

생각의 근원을 바꾸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미래 사회에 대한 대응을 해상도시나 해저도시에 매달리려 하는 우리의 실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아직도 말이나 선언에 그치고 있다면 큰 문제다. 의무적으로 해야 할 대응을 등한시 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다면 후대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열심히 하고 있는 대응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면 정말 더 큰 문제다.

어떤 실상에 처해 있든지 간에 지금이라도 근원의 것을 바로 잡고 올바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20세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다가올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21세기, 지금 당장의 당면 사안이다. 어쩔 수 없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이런 시대와 상황에서는 임시방편적 대응은 절대 금물이다. 기후변화가 멀찍이 서서 “왜 제대로, 나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지?” “나를 제발 열심히, 최선으로 다루어 줘~”라고 답답한 표정으로 외치고 있다.

경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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