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돌봄문제가 심각하게 터져 나왔다. 학교가 문을 닫고, 갈 곳 잃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특히 여성이 희생해야 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돌봄 공백을 방치해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떠넘겨졌다.
엄마들은 원래 해오던 돌봄과 가사 노동에 더해 학교교사, 보육교사, 급식노동자, 학원선생님, 심지어 친구의 역할까지 모두 해야 했다. 하지만 밥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엄마, 제 새끼 돌보는 것조차 투정하는 ‘맘충’으로 취급당할까봐 온전히 그 고충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그 1년 반 인고의 시간 끝에, 개학과 전면등교를 절실하게 기다리던 어느 날 학교로부터 ‘2학기 온라인 개학’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문자가 날아왔다.
육아맘들의 고통과 분노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 진보당 부산시당과 부산여성회, 부산학부모연대, 참보육부모연대는 코로나로 고통받는 아동돌봄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당사자가 원하는 새로운 돌봄정책을 만들기 위해 지난 5, 6월 두 달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를 받기 위해 찾아간 초등학교 앞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어쩔 수 없이 휴직을 했다”는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다. 7세까지는 오후 4시 이후까지 보육시설에 머무르던 아이가 8세가 되는 순간 정오가 지나면 하교를 하고 집으로 와야 한다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태조사에는 2038명이나 되는 부산의 부모가 참여했다. 전체의 58.5%인 1192명이 가장 필요한 초등돌봄 정책으로 ‘초등돌봄 교실 확대’를 꼽았다.
돌봄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는 돌봄교실이 설치돼 있지만 그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부산시교육청 산하 초등돌봄교실은 663개소이며 이용 아동 수는 1만3914명으로 전체 초등학생 15만3527명의 9.06%에 불과하다.(2020년 부산시 교육청 통계자료 기준)
문턱도 높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홑벌이,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었지만 학교는 재직증명서가 없으면 돌봄교실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신청 조건이 돼도 학교당 한두 개에 불과한 돌봄교실로는 수요자를 감당할 수 없어 복권처럼 추첨을 하고 탈락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로부터 조부모의 양육 부담과 학원 뺑뺑이라 불리는 과도한 사교육 이용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돌봄도 교육이다. 급식도 교육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초중고 전면급식, 무상급식이 추진되었듯이 이제는 돌봄도 교육의 한 영역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학교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초등 돌봄교실 확대는 돌봄 공백 문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과도한 사교육 이용 문제를 해결하는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부산시 교육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나아가 돌봄문제 해결의 근본대안은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있다. 돌봄은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돌봄이 불안정하면 가정과 생활이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돌봄은 사회적 문제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국가는 여전히 돌봄을 각자 능력껏 해결할 문제로 떠밀고 있다.
모든 시민은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가족구성원이, 어떤 일을 하든지 관계없이 어떠한 페널티 걱정도 없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돌봄 국가책임제가 전면적으로 실현되는 사회, 이른바 ‘돌봄국가’로의 전환을 더는 미루지 말자.
진보당 부산시당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