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맘때 발생한 ‘9.11테러’.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그 이틀전 발생한 암살 테러가 실패했다면 ‘9.11’은 없을 수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2001년 9월 9일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군을 이끌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Ahmad Shah Massoud)가 기자로 위장한 알카에다 조직원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건이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가 누구이길래 알카에다는 ‘거사’를 앞두고 그의 제거에 나서야만 했을까? ‘아프간의 체 게바라’ ‘20세기의 살라딘’ ‘판지시르의 사자’ 같은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20세기 이슬람 최고의 영웅으로 통한다. 마수드는 외세와 테러조직에 당당히 맞선 탁월한 전사였고, 평등과 자유, 정의를 주창한 사상가였다. 1953년 카불 북동쪽 판지시르주 태생인 그는 1979년 소련군의 침공에 맞서 이곳에서 저항의 깃발을 든다. 불과 20대 후반의 ‘어린 장군’이었지만, 그는 10년 동안 최신예 폭격기와 공격용 헬기, 전차에다 최정예 공수부대까지 동원한 ‘붉은 군대’와 맞붙어 9전 전승이라는 기적 같은 전과를 거둔다. 유일한 통로인 중앙 협곡 깊숙이 적군을 유인한 뒤 양쪽 산악지대에서 내려다보며 섬멸하는 게릴라전이 주효했다. ‘청산리 대첩’에서 일본군을 궤멸시킨 김좌진 장군의 활약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마수드는 1996년 탈레반이 집권하자 다시 저항한다. 이번에도 판지시르에서 수십 차례 공격을 모두 막아낸다. 당시 마수드는 가족 전원을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 머물게 했는데, 이를 본 저항군들이 그를 더욱 더 믿고 따랐다. 급기야 탈레반은 마수드 제거를 위해 알카에다와 밀약을 맺는다. 뉴욕 테러 이후 아프간 탈레반에게 의탁하려던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다. 암살로 생을 마감한 김좌진 장군의 최후와 닮았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판지시르는 다시 반 탈레반 저항세력의 근거지가 됐다. 이번 저항의 지도자는 전설적 영웅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이다. 갓 32세에 불과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최전선을 누빈 경험을 갖고 있고, 영국 사관학교까지 거쳤다. ‘범은 고양이를 낳지 않는 법’이라는 진리를 ‘장군의 아들’ 마수드가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가 지키려는 가치 또한 아버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슬람 율법 같은 종교적 이념이 아니라 조국의 독립, 아프간인의 자유와 평등, 정의 같은 보편적 가치들이다. 국제사회가 그를 응원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3일 시작된 탈레반의 판지시르 대공세로 마수드는 큰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