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구루(Guru)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혁신 아이디어 도출의 7가지 기회를 산업과 사회 환경으로 나누어 정의했다. 산업 내에서는 예상을 벗어난 사건, 양립 불가능의 부조화 상황, 프로세스의 필요, 산업과 시장 변화를 제시했고, 환경 요인으로는 인구통계학적 변화, 인식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지목했다. 거대기업들의 부침(浮沈)에 대한 방대한 분석에 바탕을 둔 고찰이라 그의 관점은 다분히 비즈니스적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혁신은 기회의 원천을 분석하는 데서 시작되며, 기회 포착에 바탕을 둔 혁신을 통해서 미래가 실현된다’는 그의 조언이 반드시 비즈니스에만 국한될 것 같지는 않다.
이참에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과 기회 요인을 미래를 위한 혁신의 관점에서 연결해 보자. 초국가적 문제로 인식되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되었다. 피터 드러커의 지혜를 빌어 지구온난화 문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입을 모아 그 위험을 말하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온난화로 인한 변화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이다. 산업은 날로 팽창해서 에너지 수요는 끝을 모를 지경인데, 지구상의 산업발전 속도와 환경파괴 속도는 부조화의 극을 달린다. ‘양립되지 않는 부조화 상황’이다. 에너지믹스 시대가 오면 에너지 소스나 저장장치의 보유 여부와 성능에 따라 에너지 패권이 달라진다. 화석연료 네트워크와는 차원이 다른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고, 이에 대응할 새로운 프로세스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이른바, ‘프로세스의 필요’다. 자원의 활용이 소모적일 수밖에 없는 전통산업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친환경·재생가능형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전면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명백한 ‘산업과 시장의 변화’다.
10년 이내에 세계인구 분포에서 중산층이 빈곤층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전망이 있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지금껏 당연시되었던 환경을 거부하고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변화된 인식을 따라가는 지식을 보유한 개인만이 미래 정보화시대에 주체로서 살아남는다. 전통적 지식구조가 아니라, 지구촌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다양한 정보까지 흡수하는 새로운 지식체계의 필요성이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우리가 마주한 모든 현실의 상황은 7가지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혁신의 시기가 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산업 분야에서 영국에 뒤지던 프랑스는 1889년의 ‘파리 엑스포’를 통해 에펠탑을 세상에 알리며, 프랑스 철강 기술의 우수성과 산업 경쟁력을 자랑했다는 사실은 엑스포와 관련된 유명한 사례이다. 학습효과 탓인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홍보 도구로 엑스포를 활용하려는 국가들의 공공연한 속내는 엑스포 유치의 가장 큰 당위성으로 자리 잡았다. 인정 엑스포, 등록 엑스포 등의 이름으로 그 명칭과 목적을 달리했지만, 1851년 최초의 엑스포가 런던에서 개최된 이후로 총 68차례의 엑스포가 개최되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가 국가적 어젠다가 되었다. 부산은 대도심과 관광지와 항만을 모두 갖춘 흔치 않은 도시다. 공항에서 도심이나 주요 관광명소까지 반드시 육로로만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대책 없이 보여도, 사고의 틀을 깨고 ‘기회의 눈’으로 보면 대안은 존재한다. 실현 가능성은 의지의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금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던 ‘친환경 항만과 교통체계’를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항만의 기능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항만중심의 교통체계가 최고의 미학적 가치로 구현되는 살아 움직이는 상징물이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고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세계를 선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엑스포는 ‘도구’다. ‘기회’는 도구와 구분되어야 한다. 주어진 환경과 놓치지 말아야 기회가 무엇일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천혜의 항만 조건이 있고, 엑스포를 유치해 전 세계에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지도 있다. 경영학적 관점의 7가지 기회 요인은 ‘친환경으로의 혁신적 변화’를 공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에펠탑은 파리의 랜드마크로 남았고 시애틀 엑스포는 ‘스페이스 니들탑’을 남겼다. 아스타나 엑스포가 탈탄소를 표방했지만, 카자흐스탄을 대표적인 친환경기술 국가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기념비적 건축물이 없어서라고 답하지 말라. 유무형을 막론하고 개최 시점의 혁신적 시대정신을 반영한 랜드마크를 후대에 남김으로써, 엑스포는 광의의 헤리티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헤리티지로 기록될 친환경 해양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부산 엑스포가 기획되길 바란다. 엑스포라는 ‘도구’를 통해 신해양시대 시작이 대한민국 부산에서 시작되었다는, 미래에 남겨줄 원대한 헤리티지를 꿈꿔본다.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자의 말에 귀 기울여 봄 직하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