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장산(634m)을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구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소식 덕분이다. 자연이 빚고 사람이 가꾸는 장산이다. 원원유장(遠源流長), 근원이 깊으면 흐름도 길다고 했다. 장산이 그렇다.
장산은 중생대 백악기 말인 6200만~74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산이다. 공룡시대가 저물던 무렵이다. 그 흔적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장산 너덜이다. 기장군 장안면 달음산에서 장산을 거쳐 금련산, 황령산, 봉래산으로 이어지는 금련산맥의 맏형 같은 위풍을 자랑하는 밑바탕이다. 불을 뿜던 산이 바다와 이웃하며 점잖게 모양을 갖췄다.
수천만년 세월이 만든 터전에 사람이 전설을 만들고 역사를 잇는다. 아득한 옛날 장산 기슭에 고씨 성을 가진 처녀가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고 씨 처녀는 어느 여름날 하늘에서 무지개를 타고 나타난 선인과 혼인했다. 이들 사이에 아들 열 명과 딸 열 명이 태어났고, 이들이 장성해 스무 곳 마을을 다스릴 즈음, 선인은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장산국의 건국을 다룬 고씨 처녀 설화다. ‘동국여지승람’엔 ‘장산국을 신라가 정복해 거칠산군을 두었다가 후에 동래군으로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 장산국은 철기가 막 보급되던 시기에 성립된 부족국가다. 장산 중턱에서 출토된 석기 시대 유물을 고려하면 사람은 그 이전부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를 알고 사람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장산의 매력은 깊어진다. 그 가운데 백미는 바다 조망이다. 강과 산, 바다를 모두 안아 삼포지향(三抱之鄕)이라는 부산에서도 두드러지는 곳이다. ‘대마도를 바라보기에 가장 가깝다’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설명처럼 장산에선 맑은 날이면 남서쪽 50㎞ 가량 떨어진 대마도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장산구립공원’시대를 맞아 더욱 기대가 커진다. 장산구립공원 면적은 16.342㎢로 해운대 전체 면적의 32%, 구 전체 산림 면적의 60%를 차지한다. 450여 종의 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식생과 2017년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장산 습지, 환경지표 곤충인 반딧불이 등 자랑거리가 숱하다. 내년 1월 장산 정상도 개방할 예정이다. 구립공원 지정의 핵심은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한 장산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통합 관리와 장기적 보전 계획에 해운대구가 최선을 다해야 하며, 시민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하겠다.
이 가을, 장산은 억새 군락지가 있어 그 위상이 더 오롯하다. 신발끈을 고쳐 매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