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자전거길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몇 곳은 산등성이를 넘어 우회해야만 한다. 벼랑으로 인해 강변 자전거도로 개설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경남 창녕군 남지읍 마분산(馬墳山)이다. 부산 출신 산악인인 ‘준·희’ 최남준 선생이 부착한 ‘화왕지맥 180m’ 표지판이 정상을 지키는 마분산은 비록 해발 고도가 낮지만, 6개의 봉우리를 지나는 만만찮은 코스로 인해 인기 산행지로 통한다. 마분산의 인기 비결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낙동강변을 따라 이어진 아슬아슬한 벼랑길인 ‘개비리길’이다.
남지읍 용산리 창나리 마을에서 신전리 영아지 마을까지 이어지는 2.7㎞ 구간의 개비리길은 800리 낙동강 유역 중 경관이 빼어나기로 손에 꼽히는 옛길이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 오솔길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이야깃거리도 풍성한데, 특히 강아지의 모정과 관련된 명칭 유래 전설이 재미있다.
옛날 영아지 마을 한 노인의 개 누렁이가 새끼 11마리를 낳았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유독 약했다. 개의 젖이 10개뿐이어서 나머지 10마리가 제각각 어미젖을 먹을 때도 이 ‘못난이’는 뒤처지기만 했다. 이를 가엾게 여긴 노인은 산 너머로 시집 간 딸에게 ‘못난이’를 주며 잘 키우길 부탁했다. 그러자 어미 누렁이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딸네 집까지 찾아와 못난이에게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궁금하게 여긴 사람들이 뒤를 밟았더니, 누렁이는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쌓이지 않는 가파른 벼랑길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후 마을사람과 나무꾼, 장사꾼들이 이 벼랑길을 걸었다. ‘개가 다닌 벼랑’이라는 뜻으로 개비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유서 깊은 개비리길이 문화재청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다는 소식이다. 문화재청의 옛길 명승 자원조사에서 특히 민초들의 생활길임과 동시에 대동여지도 등 고지도에 경로가 기록된 옛길인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개비리길 외에도 역사문화적 가치, 경관적 가치, 생태적 가치, 활용 가치 등을 고려해 ‘삼남대로 갈재’, ‘삼남대로 누릿재’, ‘관동대로 구질현’, ‘백운산 칠족령’, ‘울진 십이령’ 등 총 6곳의 옛길을 국가 명승으로 지정키로 했다. 정부가 옛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길은 사람간 소통의 통로이자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공간이다. 소통과 이어짐이 더욱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강조되는 시기에 더 많은 옛길이 발굴되어 그 유구한 존재 가치를 뽐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이 이 길을 통해 이어질 수 있기를.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