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시한이 임박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재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8인 협의체’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추석 연휴 직전까지 8차례 회의를 거듭한 협의체 활동은 오는 26일 종료된다. 남은 시간 돌파구를 찾아야 하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 사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개정안에 대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여야 극한 대치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내외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당이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할 이유가 이처럼 차고 넘친다.
여전히 최대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다. 민주당은 개정안 취지인 ‘가짜뉴스 피해구제’를 위해 언론사에 허위 보도에 대한 강력한 책임을 지우는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손해배상액 상한을 5배에서 3배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징벌적 손배제가 비례·명확성·과잉입법 금지 원칙에 반해 위헌적 성격이 크고, 표현의 자유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열람차단청구권 조항도 여당은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법원이 아닌 언론중재위원회가 ‘뉴스 퇴출’ 권한을 갖도록 설계된 것부터 문제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여야는 휴먼라이츠워치와 국가인권위원회 입장을 귀담아 들어야 마땅하다. 국가인권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개정안의 ‘허위·조작 보도’ 정의가 모호하다거나, 징벌적 손해배상 근거가 되는 ‘언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추정’이 자의적 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 등 이른바 독소조항을 조목조목 짚었다. 앞서 휴먼라이츠워치도 이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세계신문협회, 국제기자연맹, 국제언론인협회 등이 이미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왜 개정안에 미련을 가지며 무리수를 두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8인 협의체가 헛바퀴를 돈다면 민주당은 그동안 여론을 수렴했다며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을 감수하며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은 아님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모호하고 불명확한 조항들로 언론에 재갈을 채울 것이 아니라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언론의 자유를 뒷받침하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면에서 확인된 바이다. 냉정하게 민의를 따를지, 민의로 포장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지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