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 이상이 제주대 교수
  •  |   입력 : 2021-09-23 19:40:2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인류는 고대·중세·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국가 모델 혹은 정치 체제를 경험했다. 그 가운데 이론·경험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낸 것은 북유럽 국가들이 발전시킨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이다.

이들 나라는 국민행복 수준이 매년 최고를 기록하고 경제와 복지의 조화로운 발전을 지속한다. 이는 미국 등 어느 나라보다 북유럽 모델에서 ‘정의의 원칙’이 민주 헌정 체제라는 정치공동체의 기본구조에 잘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경제·복지 체제가 민주 헌정 체제의 정의로운 헌법에 조응하면서 여러 법률과 정책들을 통해 정치·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서 ‘정의의 원칙’이 제대로 관철되는 국가 모델, 즉 정의로운 민주 헌정 체제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다. 정의로운 민주 헌정 체제인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에서 정치가 “꽃보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국가 모델에서는 누구라도 사회구성원 모두의 협력적 노력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는 정의의 원칙에서 벗어난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치를 용납하지 않는다. 실제로 북유럽 복지국가의 주류 정당에서는 포퓰리즘 정치가 발을 붙이지 못한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경제·복지 체제의 개별 제도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정치적 지지가 높다. 각 제도의 구성과 내용 자체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조화롭게 담아냄으로써 ‘정의의 원칙’이 잘 구현된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즉, 개별 제도의 정치·사회적 정당성이 높다. 더불어, 이런 정의로운 민주 헌정 체제의 더욱 중요한 이점은 개별 제도의 경제·사회·재정적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령, 고령화로 인해 기존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면 정치 주체들은 정치·제도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연금 개혁을 적절한 시기에 수행하고 출생률 제고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민주 헌정 체제와 해당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은 ‘정의의 원칙’이 관철된 정의로운 민주 헌정 체제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보편적 복지국가에 도달하지 못했고, 그것의 초입에 서 있다. 여러 지표와 국민행복 수준 등을 고려해 인생에 비유하자면, 스웨덴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장년기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아동기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의의 원칙’이 헌정 체제의 기본구조인 헌법과 법률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복지 체제를 이루는 개별 제도에 대한 정치·사회적 정당성의 수준이 높지 못하고, 정치적 지지가 약한 편이다. 그러므로 변화된 상황에 따라 제도 개혁을 단행하려고 해도 이해관계에 쉽게 흔들린다. 가령,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태롭다는 진단이 나와 있음에도 현실의 정치 체제는 제도 개혁에서 무기력하고 무능하다.

해법은 하나밖에 없다. ‘정의로운 민주 헌정 체제’를 조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성공시킨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를 우리 실정에 맞게 서둘러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 일을 10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 인구학적 조건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20명의 노인을 부양하지만 10년 후엔 40명을 부양해야 한다.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4만 명씩 줄고 노인인구의 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나므로 잠재성장률은 낮아지고, 폭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할 정부의 재정 능력도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양극화·불평등과 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다. 조속하게 정의로운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를 건설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지속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2019년 국세 수입은 300조 원에 불과했다. 지방세 100조 원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20%다. OECD 37개 회원국 평균이 24.9%이므로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로 가려면 GDP의 4.9%포인트만큼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지난 수년간의 조세부담률 증가 추세로 볼 때 제대로 노력한다면, 향후 5년 이내에 우리나라는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은 조세부담을 더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이후 2030년까지 OECD 평균을 넘어 ‘더 정의로운’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의 건설을 향해 매진해야 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있다. 바로 ‘복지국가 증세’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기본소득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복병을 만났다. 문제는 이것이 정의로운 민주 헌정 체제를 의미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헌정 체제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국민행복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더욱 재촉하는 게 옳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서부산·원도심 용적률 10% 높인다
  2. 2헤드헌터까지 활용 외부전문가 영입…지역성 부족 우려도
  3. 3한국형 첫 발사체 누리호, 고도 700㎞ 성공적 발사…더미위성은 궤도 못 올려
  4. 4쌍용차 품는 에디슨모터스 “전기차로 테슬라와 경쟁” 포부
  5. 5LH, 일감 몰아줬나…前간부 설립회사 588억 수주
  6. 6알록달록 국화 만발
  7. 7해수부 장관, 북항 트램 유권해석 사과
  8. 8“공공기관 이전 효과 한계점 봉착”
  9. 9화물차 사고 전국 최다, 자갈치역 인근 등 부산 3곳
  10. 10[서상균 그림창] 미래로…과거로
  1. 1해수부 장관, 북항 트램 유권해석 사과
  2. 2여 “윤석열 대통령 돼도 탄핵사유” 야 “이재명 국감 위증 검찰 고발방침”
  3. 3대장동 핑퐁게임…대선 대리전 된 국감
  4. 4이재명 조만간 지사직 사퇴…‘명낙’회동은 미정
  5. 5“스텔라데이지호 침몰…외교부, 수색·구호 등 작업 의지 없었다”
  6. 6부산 여당 시의원들 이재명 지지선언 불발…‘원팀’ 만만찮네
  7. 7윤석열 해명 과정서 또 전두환 두둔 논란
  8. 8TK 집결한 국힘 후보 4인방, 원팀으로 뭉쳐 이재명 때리기
  9. 9이재명 때리고 박정희 찬양하고…야당 후보 보수심장 TK 구애 작전
  10. 10[국감 현장] 대장동 환수조항 누락…야권 “의도적 삭제” 이재명 “보고 못 받아”
  1. 1서부산·원도심 용적률 10% 높인다
  2. 2한국형 첫 발사체 누리호, 고도 700㎞ 성공적 발사…더미위성은 궤도 못 올려
  3. 3쌍용차 품는 에디슨모터스 “전기차로 테슬라와 경쟁” 포부
  4. 4“공공기관 이전 효과 한계점 봉착”
  5. 5화물차 사고 전국 최다, 자갈치역 인근 등 부산 3곳
  6. 6부산항 기항 크루즈 내년 4월 재개
  7. 7해양물류 경쟁력 강화 교류의 장 ‘활짝’
  8. 8부산 관광산업 이끌 스타기업에 ‘미스터멘션’ 등 5곳
  9. 9호박유령·괴물이 점령한 매장…유통가 ‘반갑다, 핼러윈’
  10. 10ETF 날개 단 비트코인, 반년 만에 사상 최고치
  1. 1헤드헌터까지 활용 외부전문가 영입…지역성 부족 우려도
  2. 2LH, 일감 몰아줬나…前간부 설립회사 588억 수주
  3. 3김지현의 청년 관점 <8> 2021 부산청년주간 참가기
  4. 4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58> 뇌경색 증세 나운석 씨
  5. 5오늘의 날씨- 2021년 10월 22일
  6. 6부산도시공사 등 市 산하 5곳 출자·출연기관장 선임
  7. 7‘차량 쌩쌩’ 12차로…육교 원하는 주민, 난색 표하는 강서구
  8. 8해운대 리모델링 조례안 결국 “한도 없음”… ‘그린시티’ 조례 비판
  9. 9부산 스쿨존 ‘잠깐 정차’도 안된다
  10. 10수소차 달리는데…인프라 확충은 ‘브레이크’
  1. 1이다영, 그리스 무대 데뷔 합격점
  2. 2안나린, 8언더 굿샷…첫날 깜짝 단독 선두
  3. 3역시 해결사 호날두…2경기 연속 역전골
  4. 4한국 탁구 내년 1월, 프로리그 출범
  5. 5한국, LPGA 신인왕 6시즌 연속 배출 실패
  6. 6LPGA 한국 200승 역사 쓸까…기장서 별들의 샷
  7. 7황선홍호, U-23 아시안컵 예선 위해 출국
  8. 8메시, 이적 후 첫 멀티골…PSG 구했다
  9. 9밀워키, 개막전서 우승후보 브루클린 제압
  10. 10프로구단-지역 상생 리스타트 <3> 지역과 협업 시즌2 시작해야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대선주자를 만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文정부 탈원전 정책 손볼 것…원전 밀집 PK 피해는 보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청렴’ 국민이 신뢰하는 올바른 방향 /이재영
월드시티 부산을 향한 대항해 /조유장
기명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일본, 대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 같은 선거토론 회피 모의…‘제2 김대근’ 다신 없어야 /임동우
일본 군국주의 살풀이로 전락한 올림픽 /권용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야망과 깜냥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수신(修身)을 위한 음악 선비음악
판소리 공연의 매력
도청도설 [전체보기]
에디슨과 쌍용
국산 로켓 누리호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한국 ‘어묵탕’과 일본 ‘오뎅’의 차이
감칠맛이라는 배후세력
사설 [전체보기]
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 강국 한걸음 다가섰다
유명무실 헌혈자 예우 조례, 팔짱만 끼고 있을 건가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캐스퍼의 질주와 상생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오월의 노래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와인의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불이선란’의 인장
임희지의 ‘난초’
  • 맘 편한 부산
  • 2021조선해양국제컨퍼런스
  • 제10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