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의 강과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페트병 비닐봉지 마스크 등 450㎞ 낙동강을 따라 떠내려온 전국의 생활쓰레기와 폐그물 스티로폼부표 등 바다쓰레기가 한데 뒤엉켜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이룬다. 플라스틱은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져 부유하면서 어패류 등 먹이사슬을 거쳐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석기 청동기 철기를 이은 현대 플라스틱 문명의 역습이다. 특히 낙동강 하구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3번째로 심각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는 미비하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가 짙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연간 8만4000t(초목류 제외)인데, 이 중 80%가 플라스틱이다. 해양환경공단의 집계 결과, 2008~2020년 경남(18만9329t)과 부산(6만2569t)의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전국 시·도 중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미세플라스틱 오염 역시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낙동강을 통한 연간 미세플라스틱 유입량(9조5000억 개)은 한강(29조7000억 개)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을 뒤덮은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오염의 심각성을 웅변한다.
그 부작용은 정부 조사에서 이미 드러났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산 자갈치시장을 비롯한 전국 주요 시장 3곳에서 구입한 국내산 수산물 27개 품목을 조사해 보니, 미세플라스틱이 98.7% 검출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도 어패류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률이 96~100%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낙동강 상류에는 쓰레기를 거르는 차단시설을 보기 어렵다. 쓰레기가 하류로 떠내려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낙동강은 국토의 23%를 적시는 국가하천이지만, 쓰레기 수거예산의 국비 비중은 2010년 50%에서 40%로 줄어든 뒤 11년째 그대로다. 식수원 오염에 이어 쓰레기 처리비 덤터기까지 씌우니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폐그물 스티로폼부표 등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심각하다. 국내 바다의 관련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3만6000t에 달한다. 해양수산부가 어구 일제 회수제, 어구 실명제, 어구·부표 보증금제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입법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21대 국회에 해양 폐기물 관련법이 5건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통과한 건 1건뿐이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밥상을 점령한지 오래다. 이대로 가면 2100년에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50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온 몸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플라스틱 부러지듯 죽음이 속출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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