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꼽티를 입고 신한라이프 광고에 등장한 여성 댄서가 화제를 모은 적 있다. 어딘지 위화감을 주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 이 아가씨의 이름은 로지.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만들어낸 가상인간이다. 이 가상 인플루언서는 CF로 돈을 벌고 진짜 사람들이 만든 팬 모임까지 거느렸다. 사실상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우주세계와 무량대수를 다루는 슈퍼컴퓨터가 몇년전까지만 해도 해결에 진땀을 흘린 분야 중 하나가 ‘개와 고양이 구분하기’였다. 인간은 세살짜리도 하는 일이다.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 구별하기도 난제였다.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에서 기쁜데 눈물이 나는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기계가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함으로써 인간의 능력을 완벽하게 넘어서는 ‘특이점’이 향후 5년 내 온다는 사람도 있고, 이미 왔다는 사람도 있다.
로지처럼 가상인간은 벌써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내일부터 여수MBC 뉴스시간에는 AI 아나운서를 볼 수 있다. 사람과 똑같이 단정한 모습의 아나운서와 기상 캐스터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8시 전남 동부권 뉴스데스크 시간에 등장해 뉴스와 날씨 정보를 전한다. 일부 라디오 뉴스도 AI가 맡는다. 인공지능 서비스 기업인 마인즈랩과의 협업을 통해 텍스트 형태로 입력된 원고를 AI가 학습해 음성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AI가 방송에 처음 등장한 건 작년 말이다. MBN에서 얼굴과 목소리가 기존 앵커와 똑같은 가상인간을 뉴스시간에 선보였다. 최근엔 주식 스포츠 날씨 기사를 AI에게 맡기는 신문사도 늘었다.
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이 여럿 된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통번역사 등 현재 우리가 전문직이라고 말하는 업종이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방대한 학습량과 고도의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의사나 변호사가 습득한 지식을 병증이나 사건에 단순 대입하는데 그친다면 분명 기계가 인간보다는 비용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오히려 예술가나 종교인처럼 감성이나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업의 생명력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데 따른 위기감이 없을 수 없다. 그렇지만 검사 판사 변호사들이 그 좋은 머리를 ‘대장동’ 같은데 써먹는 걸 보면 차라리 욕심이나 꼼수가 없는 AI가 훨씬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